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시장 참여자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추진 중인 통화 긴축 정책의 방향이 달라질 지 주목하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주 코스피지수(21~25일)는 전주보다 67.76포인트(2.46%) 내린 2676.76에 장을 끝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지난 주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4604억원, 5708억원 팔아치운 반면 개인 홀로 1조8510억원 사들였다.

증권가에선 주식시장이 당분간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봤다. 우선 지정학적 위험의 전개를 쉽게 분석이나 예측하기 어려워,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전쟁 시나리오가 전개 방향을 예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8.73포인트(0.99%) 내리며 872.98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시장에서 개인이 홀로 1660억원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821억원과 853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 했다.

지난 주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엇갈렸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주보다 0.05% 하락한 34,058.75에 장을 마쳤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82%, 1.08% 올랐다.

뉴욕증시는 우크라이나 침공의 충격을 흡수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위험 탓에 미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긴축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주·성장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도 한몫했다.
긴축 정책 방향 달라지나…증시 변동성 여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공포 속에도 미 Fed의 긴축 속도 완화 등에 안도하며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도 생겨나고 있다. 일각에서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금리 인상 속도가 다소 늦출 수 있다는 낙관론이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은 다음 달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폭을 25bp(1bp=0.01%포인트) 수준으로 예상하는 확률이 86.7%까지 높아졌다는 분석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시킨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추진하고 있는 통화 긴축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달 FOMC에서 기준금리 50bp 인상 확률은 13.3%로 대폭 낮아졌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확산으로 미 Fed의 매파적 행보가 약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당분간 증시 변동성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위험의 해소가 기술적 반등 정도의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서도 "여전히 금융시장은 상승 여력이 제한된 상태에서 눌려 있을 가능성이 크고, 등락이 큰 폭으로 엇갈리는 불안정한 국면이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험자산 접근 신중해야…분할 매수 대응 권고
이번 주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당분간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큰 만큼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접근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러시아는 26일(현지시간) 발표에서 평화 협상 결렬로 군사 작전을 지속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측이 협상을 거부한 사실이 분명해졌고 이에 따라 러시아군의 진격은 오늘(26일) 오후 재개됐다"라고 발표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리코프에서 군인들이 부서진 장갑차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로이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리코프에서 군인들이 부서진 장갑차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로이터)
NH투자증권은 코스피지수가 2540~270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군사적 긴장이 더 고조될 가능성이 커 주식시장 변동성이 한차례 더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980년 이후 지정학적 이벤트에 따른 S&P500의 하락률 평균은 -3.8%이고 현재 코스피 조정폭은 이에 준하는 상황이지만, 신흥국 주식시장이 이런 리스크에 좀 더 취약하다는 점에서 변동성이 한 차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가공무역 중심인 한국의 경제구조상 원자재 가격 상승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업종은 거의 없으므로 방어적인 업종 전략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흥국 주식시장이 이러한 리스크에 좀 더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변동성이 한 차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코스피 전저점 하회 시 분할 매수 대응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