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액수는 350억원→10억원으로 감소
'자금 돌려막기' 문은상 신라젠 前 대표 2심도 징역 5년
'자금 돌려막기' 수법으로 1천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가 1심과 같은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벌금 액수는 대폭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1-1부(이승련 엄상필 심담 부장판사)는 2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문 전 대표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1심 선고 형량은 징역 5년과 벌금 350억원이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납입 금액 350억원을 배임으로 인한 피해 액수라고 봤지만, 항소심에서는 BW 자체의 가치를 실제로 350억원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관련한 배임액이 10억5천만원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얻은 주된 이익은 인수대금을 납입하지 않았는데도 정상적으로 BW가 발행된 것처럼 보이는 외관 그 자체"라며 "BW의 권면 총액이나 가장된 인수대금 350억원을 피고인들이 얻은 이익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금 돌리기' 구조로 BW를 발행하고 인수해 피고인들은 자금 조달 비용을 회피하는 이익을 얻었다"며 "그와 같은 이익 액수는 적어도 10억5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1심에서 유죄로 인정했던 문 전 대표의 스톡옵션 관련 배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문 전 대표가 기여도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지인들에게 스톡옵션을 줬다거나 스톡옵션 액수 중 일부를 돌려받기로 약속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한 혐의에 대해 "경영자들이 권한과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면 자본시장을 향한 신뢰를 무너뜨려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 역시 상당히 큰 투자 위험을 감수했던 점, BW 발행 구조가 상장심사 과정에서 모두 공개돼 신라젠 상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로 이뤄졌다고만 볼 수는 없는 점, 투자자들의 손해는 궁극적으로 펙사벡 임상 실패로 인한 것인데 그 책임이 전적으로 피고인들에게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DB금융투자에서 350억원을 빌려 신라젠 BW를 인수한 뒤 신라젠에 들어온 돈을 다시 페이퍼컴퍼니에 빌려주는 '자금 돌리기'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표와 함께 기소된 공범들은 1·2심 모두 가담 정도에 따라 징역 2년 6개월∼3년의 징역형의 실형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