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시장에서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보다 높은 가격역전 현상이 번지고 있다. 공급 제약이 커졌지만 수요가 급등하면서 현물 가격이 잇따라 선물 가격을 앞질렀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농작물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소맥(밀) 가격은 10년 만에, 대두유(콩기름) 가격은 14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수요 급증해 가격역전…15년새 최고

2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룸버그원자재 지수에 포함된 23개 상품 가격은 1년 선물 가격보다 6% 높았다. 최근 15년 새 가장 높은 수치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원자재 시장에서 선물 가격은 현물 가격보다 높은 게 일반적이다. 물품을 실제 주고 받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재고 비용, 위험부담 비용 등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만기가 길게 남은 선물 가격이 단기 거래 원자재 가격보다 높은 상태를 ‘콘탱고’라고 한다.

하지만 원자재 시장 등에서 수요가 급증하면 희소성이 커져 현물 등 단기 거래 가격이 급등한다. 높은 비용을 내더라도 상품을 당장 확보하겠다는 사람이 늘기 때문이다. 백워데이션이다.

2020년 하반기 이후 원자재 시장에선 이런 백워데이션 거래가 흔했다.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각종 비용이 증가한 데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후 영향으로 농작물 작황도 나빴다.

이달 들어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원자재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원유, 천연가스, 옥수수, 대두(콩), 설탕, 커피, 구리 등의 근월물 가격은 모두 장기 선물 가격을 뛰어 넘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밀·콩값 치솟아

밀과 콩값은 요동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데다 남미 지역에서 수확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남미에 가뭄이 심해 작황이 크게 줄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23일 밀은 4.2% 상승한 부셸당 8.8875달러에 거래됐다.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가다. 경질붉은겨울밀 가격은 9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콩 가격도 부셸 당 16.75달러로 2012년 이후 가장 높았다. 콩기름 가격은 2008년 이후 가장 비쌌다. 통상 농작물 가격은 대륙별 작황 등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변동폭을 전망하는 게 비교적 쉽다.

하지만 최근의 농작물 가격 흐름은 언제 하락세로 돌아설지 예상조차 어려운 상태다. 불확실성 탓에 바이어들이 원자재 시장에 현금을 쏟아붓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애그리비저의 애널리스트인 칼 세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파악하는 게 힘든 상태"라며 "가격 상승 이슈가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