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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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에 지친 개인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국내 주식을 1조원어치가량 팔아치웠다. 하지만 미국 나스닥의 성장 가능성엔 여전히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가매수의 타깃이 국내에서 해외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3.05% 올랐고, 나스닥은 4.86% 떨어졌다.

개미들, K증시 떠나나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9450억원어치(18일 기준) 순매도했다. 지난달 롤러코스터 장세를 겪으면서도 7조2037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던 개미들이 이달 들어 태도를 바꿨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이달 1조249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 중소형 종목을 일부 사들였지만 지지부진했던 대형주를 대거 팔아치웠다. 개미들은 연초 11만원대까지 추락했다가 반등한 SK하이닉스를 집중 매도했다. 개인들이 이달 들어 판 SK하이닉스 주식은 1조2394억원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10월 바닥을 찍고 반등하던 SK하이닉스가 한 차례 더 출렁이자 개미들이 대거 손실 관리에 나선 모습”이라며 “물려 있던 개미 일부도 주가가 반등하자 대탈출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도 257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금리 인상기 수혜주로 꼽히는 은행주(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역시 순매도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하락장에 지친 개미, 나스닥엔 한번 더 베팅

“국내 여전히 기회 있다”

개인들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2500억원 남짓을 팔아치운 이달 서학개미들은 1조7000억원 넘는 해외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달(2조9642억원)보단 열기가 식었지만 국내 증시에서 차갑게 등을 돌린 개인투자자들이 여전히 해외 증시에는 믿음을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학개미들의 포트폴리오엔 미국 주식이 대거 담겼다. 이들은 이달 1조8559억원에 달하는 미국 주식을 순매수했다. 대신 같은 기간 2000억원 넘는 홍콩 주식을 판 것으로 나타났다.

서학개미들이 이달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미국 대표 성장주 테슬라(3억5357만달러·약 4216억원)였다. 2위는 나스닥지수 상승률에 세 배 베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상장지수펀드(ETF)가 차지했다. 상당수 서학개미가 미국, 특히 나스닥의 성장성에 여전히 베팅하고 있는 셈이다. 나스닥지수가 고점 대비 16% 정도 하락하자 최근 2년간 급등한 경험이 있는 성장주에 서학개미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국내 증시에도 기회가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이 지난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미국 증시에 또 한번 신뢰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라면서도 “오히려 올해에는 반도체, 식음료주 등 국내 증시에 상승 기회가 많이 남아 있을 수 있는 만큼 국내 시장도 함께 포트폴리오를 꾸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