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자들의 현금 보유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앙은행(Fed)이 공격적 긴축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번지면서 시장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미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운용 자산 1조 달러 이상인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투자자들의 현금 보유 비율이 지난달 5%에서 이달 5.3%로 증가했다고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막 시작되던 2020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을 높이기 시작한 것은 올해 주식 등 자산시장 변동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계 주식시장을 추종하는 MSCI월드인덱스는 올해가 시작된 뒤 6% 가까이 하락했다. 국채와 회사채를 추종하는 블룸버그멀티버스인덱스도 3.5% 떨어졌다.

Fed와 영국 중앙은행 등이 공격적 통화 긴축정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은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줬다. 일각에선 Fed가 본격적으로 물가 잡기에 나서면 경제 회복 속도가 늦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주가가 급락하는 등 우량주까지 폭락하는 장세 탓에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주 고객들에게 회사채 보유량을 줄이고 현금을 늘리라고 조언했다.

다만 이런 변화는 단기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Fed의 금리 인상 시간표가 명확해지면 포트폴리오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탄그레디 코데로 쿠로스어소시에이츠 설립자는 "갑자기 저평가된 기업에 자금을 투입하기 좋은 시기"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