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주요주주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지난 분기에 알리바바 주식을 일부 처분하고 전자상거래 경쟁사인 핀둬둬와 징둥의 지분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테마섹은 지난해 10~12월 알리바바의 주식 361만주를 총 10억8000만달러에 매각했다. 테마섹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4분기 보고서를 통해 보유 주식 변화를 공시했다. 테마섹은 징둥 주식에 처음으로 1220만달러를 투자했다. 또 핀둬둬 지분은 1억2100만달러어치 추가했다.

740여개 중국 기업으로 구성된 MSCI중국 지수는 지난 4분기에 6.1% 내렸다. 3분기의 19%에 이어 하락세가 지속됐다. MSCI중국 구성 기업들의 시총은 지난 분기에 총 1조3000억달러 증발했다. 중국 당국이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한 자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들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이어가면서다. 중국 인터넷 기업들은 대부분 상장 요건이 까다로운 자국 증시 대신 홍콩이나 미국에 상장하고 있다.뉴욕증시에서 알리바바의 주가는 4분기에 20%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1140억달러 줄었다. 12월3일 주가는 108.7달러로 2017년 4월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어 12월30일에는 홍콩증시에서 109.2홍콩달러로 역대 최저점을 나타냈다.

로힛 시파히말라니 테마섹 투자전략팀장은 "데이터 보안과 소득 불균형 해소 등을 위해 빅테크 기업들에 규제를 가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중국의 방식은 좀 더 거칠고 빠르다. 이것이 주가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향후 수개월 후에는 규제 방식과 결과가 더 명확해지고 승자와 패자도 갈릴 전망"이라며 "그 시점이 올 때까지 추가 투자를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마섹은 또 뉴욕증시에서 자진 상장폐지를 선언하고 홍콩증시 이전을 선언한 디디추싱 주식도 4억6600만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오기업인 베이진 비중을 늘리고, 아이맵바이오(톈징) 지분도 새로 추가했다. 베이진은 나스닥과 홍콩, 상하이증시에 3중으로 상장한 기업이다.

테마섹은 본국 외 지역 가운데 중국에 가장 많은 자산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3월말 기준 자산의 27%를 중국에 투입했다. 중국 외 기업 중에선 미국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를 추가하고 승차공유업체 우버와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는 모두 처분했다.

테마섹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95개 기업 주식에 277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9월말 92개기업 286억달러에서 기업 수는 늘고 금액은 줄어든 것이다. 테마섹의 지난해 3월말 기준 전체 자산은 2830억달러였으며 주식은 그 일부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