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대선 후보들 '한국 경제 新위기론' 주목해야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경제가 종전의 이론과 규범이 더는 통하지 않는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데에 이제는 누구나 공감한다. 태생적 한계상 최후 버팀목으로 봤던 위기론까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한국 경제와 관련해 새로운 형태의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 주목된다.

첫째, 경기와 관련된 종전의 한국 경제 위기론으로는 경착륙, 디플레이션이 거론돼 왔다. 전자는 경기순환상 성장률이 경제주체들이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떨어지는 것인 데 비해 후자는 성장률 자체가 마이너스 국면으로 추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모두 인플레이션과 무관한 위기론이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대선 후보들 '한국 경제 新위기론' 주목해야
하지만 최근 들어 인플레가 최대 현안으로 대두됨에 따라 경기와 관련된 위기론도 바뀌고 있다. ‘쥐어짠다’는 의미의 스크루플레이션과 성장률 둔화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슬로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성장률과 실업률 간 오쿤 계수가 떨어지고, 실업률과 인플레 간 필립스 관계가 우상향으로 전환된 점을 들어 스태그플레이션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둘째, 부채와 관련해 가계 부문이 항상 거론돼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국가 부문, 즉 국채 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편에 속한다. 현 정부 출범 직전 37%였던 국가채무 비율이 불과 4년 만에 51%로 급증했고, 2026년에는 70%에 달할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다보고 있다.

가계부채가 많아 신용갭(credit-to-GDP gap)이 1972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에 달하고, 은행의 국채보유비중이 많은 여건에서 국채위기가 발생하면 민간으로 전염돼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부도확률지표인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프리미엄의 전염도를 따져보면 국채가 1% 오를 때 은행은 0.4% 상승하는 것으로 나온다.

셋째, 1990년대 들어 글로벌화가 급진전되는 추세에 맞춰 정부가 대외부문의 빗장을 푸는 과정에서 개방화 위기가 제기됐다. 수출지향적 정책을 추진하지만 당시 경제발전 단계에 비해 개방화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냐는 우려다. 특히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후 외환위기를 겪음에 따라 이 우려는 최고조에 달했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잠복했던 개방화 위기는 현 정부 들어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질지 모른다는 정반대 상황으로 바뀌었다. 갈라파고스 함정이란 중남미 에콰도르령(領)인 갈라파고스제도가 아메리카 대륙으로부터 1000㎞ 이상 떨어져 있는 것에 빗대 세계 흐름과 격리되는 폐쇄형 위기를 말한다.

넷째, 정부 차원에서 개방화 위기가 제기될 때 민간 차원에서 기업이 조금만 밖으로 나가면 곧바로 산업 공동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밖에 나간 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으로 이 우려는 줄어들었다. 리쇼어링 정책은 코로나 사태 이후 더 강화되는 추세다.

그 대신 자본 공동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2017년 14억달러에 불과했던 해외주식 투자액이 작년에는 218억달러로 급증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2021년 기준)도 미국 상업용 건물의 경우 한국 자본 투자액이 세계 3위를 기록할 할 정도로 많다. 외환위기 경험국으로서 자본 공동화는 국부 유출로 인식될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

다섯째, 대외경제 위상과 관련해 고질적으로 우려돼온 것이 MIT, 즉 중진국 함정이다. 2006년 세계은행(World Bank)이 처음 사용한 MIT는 아르헨티나, 필리핀처럼 신흥국이 순조롭게 성장하다가 선진국 문턱에 와서 어느 순간 성장이 정체되고 신흥국으로 재추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 한국은 MSCI지수를 제외하고는 선진국에 속한다. 앞으로 우려되는 것은 선진국 함정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다. 선진국 함정이 우려되는 대표적 국가는 일본이다. 정치, 행정규제, 국가부채, 글로벌, 젠더 등 5개 분야의 후진성 때문이다. 우리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다음달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향해 뛰는 후보들은 ‘한국 경제 신위기론’에 주목해야 한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올해 5월에 출범할 차기 정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