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증시 조정 이후 금융시장에서 유동성보다 실물경기 개선에 민감한 자산 위주로 강세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기 사이클을 반영하는 지표 중 하이일드 채권 가격은 약세를 보이는 반면 구리 가격은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증시에서도 가치주와 대형주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기록 중이다.
"실물경기 반영하는 원자재·가치주 주목"
하이일드 채권 내리고, 구리 오르고
8일 하이투자증권은 “그동안 유동성에 힘입어 반등했던 자산에서 실제 개선이 나타나는 자산 중심으로 강세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유동성 파티는 끝났지만 실물경기 개선이 나타나는 동안에는 관련 자산의 호조세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하이일드 채권은 유동성이 풍부할 때 강세를 보이는 대표적인 자산이다. 최근 유동성 긴축 흐름 속에 하이일드 채권 가격은 조정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S&P 하이일드 회사채 지수는 올 들어 7일까지 3.19% 하락했다. 이 지수는 지난해 4.98% 상승했다.

반면 실물경기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구리 가격은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의 3개월물 구리 선물 가격은 올 들어 0.56%, 이달 들어선 2.86% 올랐다.

원자재 시장은 전반적으로 강세다. 글로벌 원자재 지수인 S&P GSCI는 올해 13% 넘게 상승했다. 유가 상승 영향이 크다.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 모두 이달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선을 돌파한 것은 2014년 이후 7년여 만이다. 국내외 증권업계에서는 유가가 올해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농산물 가격도 오르고 있다. S&P GSCI 농산물 지수는 올해 6.54%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3월물 대두(콩) 선물 가격은 올해 19% 이상 뛰었다. 기상 악화로 인한 남미 지역의 수확량 감소 우려가 최근 강세를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국가 간 갈등으로 원자재 시장의 경계감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원자재 강국으로 수급을 좌우하는 만큼 지정학적 이슈가 불거지면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실물 경기 개선 속에 탄소배출권과 중국 금속 선물 가격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도 개별 모멘텀이 있거나 실물 경기를 반영하는 것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강세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가치주 호조…“대형주 추천”
증시에서는 최근 조정에도 불구하고 실물경기 흐름을 더 잘 반영하는 가치주가 선방했다. 미국 S&P500 성장주 지수는 올해 9.86% 떨어진 반면 가치주 지수는 1.55% 내리는 데 그쳤다. 가치주 지수는 지난달 말 이후 2% 이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가치주를 매수할 때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장희종 연구원은 “가치주는 지난해 이후 고점 부근을 형성하고 있다”며 “경기선행지수가 둔화하는 국면이라 중소형주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형주가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신영증권도 “다음달까진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이번 조정을 반도체 및 경기민감주 등 가치주 비중 확대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기업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추정치가 6개월 만에 상승 전환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반등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며 “스타일 측면에서 대형 가치주 매수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