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화장품 브랜드 매출 줄어도
향수·패션·온라인몰 최대 실적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 적중
작년 영업이익 162% 급증 추정
온라인몰 거래액 5년 만에 86배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해외패션·니치 향수·온라인몰 등 3각 편대를 앞세워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연 매출 2000억원대를 책임지던 자체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가 면세점 사업 고전으로 반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황에서 거둔 성과여서 더욱 주목된다. 코로나19 이후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 전략이 사상 최고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니치향수 명가 등극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지난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대비 162% 증가한 886억원이다. 매출은 전년보다 8% 증가한 1조4333억원으로 추정된다. 모두 창사 이후 최대 수준이다.
화장품 부문에서 비디비치의 부진을 니치향수로 대체제 라인을 구축한 영향이 컸다. 니치향수는 전문 조향사가 향수 마니아를 겨냥해 만든 고가 향수다. 한 병에 20만~30만원대지만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향수계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고급향수 시장은 2016년 4650억원에서 지난해 6200억원대로 커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바이레도, 딥디크, 산타마리아노벨라 등 대표 니치향수 브랜드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총 9개로 국내 뷰티업체 중 가장 많다. 지난해 간판 니치 향수 브랜드 매출은 각각 30~40% 증가했다. 오프라인 유통망인 백화점 매장 수도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산타마리아노벨라의 백화점 매장 수는 24개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15개)보다 9개 늘었다. 같은 기간 딥디크는 27개에서 33개, 바이레도는 10개에서 14개로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자체 브랜드 비디비치 등 국내 화장품 매출이 지난 4분기에 200억원대로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으나 니치향수가 속한 수입 화장품 매출이 같은 기간 약 610억원에서 690억원대로 늘어나며 감소폭을 상쇄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니치 향수는 일반 화장품보다 단가가 높아 매출 증가폭도 크다”고 말했다.
해외패션·온라인 ‘훨훨’
신세계인터내셔날 ‘본업’인 해외패션은 실적을 이끄는 공신이다. 패션부문은 매출의 70%를 책임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해외패션사업부 시절부터 수입하던 아르마니 외 메종 마르지엘라, 셀린느 등 판권을 보유한 명품 브랜드들이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골프웨어 브랜드인 제이린드버그도 지난해 국내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등 골프 열풍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2019년과 2020년 3000억원대였던 해외패션 매출은 지난해 4500억원대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자체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신뢰성이 중요한 럭셔리 소비 심리에 맞춰 병행수입은 제외하고 정식 수입 제품만 판매해 입소문이 났다. 지난해 에스아이빌리지 거래금액은 2330억원으로, 론칭 첫해인 2016년(27억원)의 86배로 커졌다. 전체 매출의 15%가 온라인몰에서 나오는 셈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말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뷰티 전문 앱 ‘에스아이뷰티’를 출시했으며 올해 에스아이빌리지를 대규모 리뉴얼해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올해 거래금액 목표치는 3000억원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와 별개로 지난해 10월 해외와 국내로 나뉘어 있던 사업부를 합치는 조직 재편을 통해 럭셔리 패션 유통망을 한층 강화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줄줄이 뭉칫돈을 조달하는 와중에 40~50대 여성 소비자 공략에 나선 '퀸잇'이 36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에 성공했다. 퀸잇은 36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고 4일 밝혔다.이번 투자는 에이티넘 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고, 기존 투자사 카카오벤쳐스, 소프트뱅크벤처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끌림벤처스 등도 동참했다. 지난해 7월 마무리한 100억원 규모 투자 이후 6개월 만의 투자로, 어플리케이션(앱) 출시 16개월 만에 누적 투자액 515 원을 달성했다고 퀸잇은 소개했다.2020년 9월에 출시된 퀸잇은 '나이스클랍', '미니멈', '메트로시티' 등 700개 이상의 입점 브랜드를 확보했고, 누적 다운로드 370만회를 기록했다.최희민 라포랩스 공동대표는 “지금까지의 퀸잇 성장으로 4050 여성들의 모바일 패션 시장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자평했다.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2월은 겨울의 끝자락이다. 곧 동장군이 위세를 풀면, 따뜻한 봄이 찾아올 것이다. 코로나19도 벌써 2년째다. 모두가 일상의 회복을 꿈꾼다. 희망은 그들이 먹고, 입고, 돈을 쓰는 모든 것으로 표출된다. 대표적인 게 패션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과 LF 등 패션 기업들에 올해 봄·여름(SS) 패션 트렌드를 들어봤다. 상반기 패션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편안함’이다. 야외활동을 염두에 둔 가볍고 편한 소재들이 각광받고, 각 잡힌 멋으로 입던 남성 슈트에도 캐주얼함이 가미됐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복고 트렌드 중에서도 자유를 상징했던 세기말 패션 ‘Y2K’는 2022년 버전으로 돌아왔다. 색상은 세계적인 색채연구소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색 ‘베리페리(Very Peri)’를 비롯해 화사한 파스텔 톤과 자연을 담은 뉴트럴 톤이 대세다. 코로나 시대…스타일도 소재도 편하게 입는다슈트를 비롯한 남성복에는 편안함이 강조됐다. 코로나19 이후 부상한 비대면 트렌드로 격식을 차리는 정장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다. 몸에 딱 붙는 재킷보다는 오버사이즈 재킷이나 셔츠와 구분되지 않는 셔츠 스타일의 아우터 등이 등장했다.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남성복 브랜드 ‘로가디스’는 복숭아뼈가 드러나는 짧은 기장의 ‘쇼트 팬츠’를 포함한 ‘쇼트 슈트’를 새롭게 제안했다. 루이비통 맨즈, 디올 옴므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 남성복 컬렉션에서도 통이 넓은 와이드 팬츠나 밑단을 조여주는 조거 팬츠 등이 등장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2022년 봄·여름 남성 컬렉션에서는 ‘포멀’도 캐주얼함이 더해진 형태로 드러난다”며 “전통적인 재킷보다는 느슨하고 편안한 느낌의 슈트가 주로 등장했다”고 설명했다.봄은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계절인 만큼 소재도 활동하기 편해야 각광받는다. 올봄 패션에는 부드러운 면 소재와 물 흐르듯 가볍게 떨어지는 실크, 시원하면서도 까슬한 촉감의 리넨 등 자연주의적인 소재가 주로 쓰일 전망이다. 겨울에 주로 사용되던 울, 캐시미어 등 니트 소재와 스웨이드 소재가 봄·여름 패션에 등장하는 등 계절을 따지지 않는 ‘시즌리스’ 트렌드도 보인다는 것이 패션업계 설명이다. Y2K 패션, 상의도 하의도 길이가 더 과감해졌다미니멀리즘이 특징인 Y2K 패션은 2022년에 더 과감해졌다. 상의든 하의든 길이가 한층 짧아졌다. 배꼽을 넘어 횡격막이 드러날 정도로 짧아진 크롭톱은 안에 받쳐 입는 이너부터 티셔츠, 재킷까지 확장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여성복 브랜드 보브와 지컷은 크롭 집업 카디건과 크롭 티셔츠, 크롭 니트 카디건 등을 내놨다.비율이 좋아 보이던 ‘하이웨스트’ 대신 허리를 드러내고 하의를 골반에 걸쳐 입는 ‘로우 라이즈’도 다시 유행이 됐다. 셀린느, 미우미우, 블루마린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선보인 2022 SS 패션쇼에서도 로우 라이즈 트렌드가 돋보인다. 하의도 미니스커트 등 길이가 짧다.크롭톱과 로우 라이즈는 몸의 실루엣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쉽게 소화할 수 없지만 자유로움이 극대화되는 패션이기도 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올봄은 1999~2000년 앨범 속으로 들어간 듯 그 시절 유행 아이템들이 대거 돌아왔다”면서 “과거 X세대가 즐겨 입던 패션이 젊은 층에겐 촌스러움보다는 힙하고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색 ‘베리페리’ 룩…멋이란 게 폭발한다연보라색인 베리페리는 팬톤이 창조한 새로운 색상이다. 빨간색과 파란색을 조합해 만들었으며 제비꽃 색으로 불린다. 봄에 어울리는 색상으로 여성복 부문에서는 베리 페리 색상의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한섬은 여성복 브랜드 ‘타임’을 통해 파스텔톤과 노랑, 분홍, 하늘색 등 밝은 색상을 제안했다. 남성복 브랜드 ‘타임 옴므’에서는 옅은 민트와 라벤더를 포인트 색상으로 잡고 베이지, 토프(회갈색), 초록 등 포인트 색상과 조화를 이루는 뉴트럴 색을 주로 사용했다.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자체 패션 브랜드 ‘코텔로’는 라벤더와 노랑, 크림 등 화사한 색상을 카디건과 니트 스커트 등 따뜻한 느낌의 의류에 적용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델라라나, 스튜디오 톰보이, 보브 등도 베리페리 색상의 니트와 셔츠, 트위드 스커트 등을 내놨다. LF가 국내에 들여오는 프랑스 컨템포러리 브랜드 ‘오피신제네랄’, 미국 럭셔리 컨템포러리 브랜드 ‘빈스’ 등도 베리페리 색상 원피스 등을 출시했다.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몸매가 드러나는 운동복을 선호하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기능성 소재와 패턴으로 운동 편의성과 기능을 높여주는 티셔츠와 레깅스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3일 애슬레저(애슬레틱+레저) 브랜드 뮬라에 따르면 이 회사의 남성용 브랜드 '뮬라맨즈'의 지난해 하반기 매출은 상반기보다 122% 급증했다.'프리미엄 짐(gym)웨어'를 표방한 뮬라맨즈는 자체 온라인쇼핑몰 가입자 수가 4만여 명을 넘어섰다. 올해 매출 목표로는 100억원을 제시했다.특히 상의 제품 중 티셔츠인 '피지크 업 숏 슬리브'의 판매율이 95%에 달한다고 전했다.뮬라 측은 해당 제품에 대해 "가슴은 커보이고 몸은 슬림해 보이는 역삼각형의 몸매를 돋보이게 해주는 '뮬라 시그니처 머슬핏 패턴'을 적용한 제품"이라며 "근육질 체형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강조된 어깨와 등 라인을 선보일 수 있도록 머슬핏 패턴을 더욱 개선한 제품도 선보였다"고 소개했다.하의의 경우 기능성 소재와 서혜부를 두드러지지 않게 재단한 '와이-제로' 구조의 디자인을 갖춘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는 설명이다. '윈터 컴포트 조거 팬츠'의 경우 지난해 10월 출시 후 세 달 만에 판매율이 86%를 기록, 준비수량의 10벌 중 9벌가량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브랜드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의 '젝시믹스' 남성용 제품인 맨즈라인 매출은 전체 브랜드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6월 3%에 그쳤으나 지난해 10월에는 약 14%로 뛰었다. 해당 브랜드 매출이 지난해 3분기 누계 기준 36% 증가한 1074억원을 거둔 점에 비춰 고공성장한 셈이다.특히 지난해 '민망한 운동복'에서 '코로나 생활패션'이 된 레깅스를 입는 남성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신한카드가 지난해 1∼9월 자사 카드를 이용한 레깅스 사이트 구매 동향을 분석한 결과, 남성의 레깅스 구매는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11% 뛰었다. 같은 기간 여성의 구매 증가율(55%) 두 배 수준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럭셔리 제품을 즐겨 소비하는 비혼·비출산 남성을 가리키는 '럭비남'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남성이 패션에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고 있다. 레깅스로 시작한 애슬레저 브랜드 간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각 브랜드가 남성용 제품에도 공을 들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