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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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들이 미국 증시 등락폭의 세 배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매수 중이다. 증권가에선 최근처럼 하루 등락폭이 큰 장세에선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상품 매수에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음의 복리효과가 지속되면 수익률을 크게 갉아먹기 때문이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테슬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산 해외 종목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티커 TQQQ)로 6억5203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ETF는 나스닥100 지수 상승률을 세 배로 추종한다. 순매수 3위 종목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상승률을 세 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3X 불 셰어즈 ETF(SOXL·3억8770만달러 순매수)였다.

이 밖에도 순매수 8위는 빅테크 수익률의 세 배를 추종하는 마이크로섹터스 FANG & 이노베이션 ETN(BULZ·1억1898만달러)이었고, 10위는 테크주 전반의 수익률을 세 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크놀로지 불 3X 셰어즈 ETF(TECL·8237만달러)였다. 한국 투자자들이 올 들어 가장 많이 매수한 해외 주식 10개 종목 중 4개 종목이 세 배 추종 상품이다. 최근 미국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자 바닥을 찍었다고 보고 강하게 베팅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과 같은 널뛰기 장세에선 레버리지 비율이 큰 상품이 많은 손실을 안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주가가 위아래로 2~3%씩 널뛰면서 레버리지 상품의 수익률을 계속 갉아먹기 때문이다. 일명 음의 복리효과다.

예를 들어 100으로 시작한 지수가 오늘 10% 하락하고 내일 10% 오르면 지수는 100이 아니라 99를 기록한다. 이 지수 상승률을 세 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라면 같은 기간 기준지수가 100에서 30% 떨어진 70으로 갔다가 다시 30% 오른 91이 된다. 장이 널뛰면서 지수는 1%밖에 하락하지 않았지만 세 배 추종 ETF는 9% 손해를 보는 셈이다. 나스닥100지수는 지난달 28일 이후 이달 3일(현지시간)까지 3.56% 올랐지만, 이 지수 하락률을 세 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 ETF는 같은 기간 12.37% 빠졌다.

한 펀드매니저는 “최근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주가가 빠지면 레버리지 비율이 큰 상품을 매수하는 ‘웅덩이 매매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요즘 같은 변동성이 큰 장에서 레버리지 비율이 큰 상품을 오래 갖고 가다가는 수익률만 계속 깎아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