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온스당 2천100달러 뚫고 역대최고 전망도
기술주·콜옵션 대신 에너지주·풋옵션·인덱스펀드 인기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 펀드에 공매도 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풀었던 막대한 유동성을 거둬들일 채비를 하고 있다.

싼값에 손쉽게 돈을 빌려 주식 등에 투자하던 '이지 머니'(easy money) 시대가 끝나가자 투자자들이 전략을 바꿔 금이나 배당주 같은 비교적 안전한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증시는 이날 오름세로 출발했다가 오후 들어 모두 하락세로 전환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이미 나란히 고점 대비 10% 넘게 떨어져 조정장에 진입했다.

이날까지 S&P500지수는 이달 고점 대비 10.2% 내렸으며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11월 고점보다 17.6% 하락했다.

월가의 공포 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올해 들어 2배가량으로 뛰었다.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 웨일록캐피털매니지먼트 등 일부 유명 헤지펀드의 손실은 10%가 넘으며, 일부 헤지펀드는 손실 누적에 문을 닫기도 했다고 WSJ 소식통은 전했다.

이같이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휩싸인 것은 연준이 201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거의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6일 연준이 3월부터 계속 금리를 올릴 것임을 분명히 시사했다.

이에 대응해 투자자들은 지난 2년간 펴왔던 전략을 바꾸고 있다.

그 결과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부양책에 힘입어 급등했던 주식과 채권, 가상화폐 시장은 요동쳤다.

자산관리회사 리서치어필리어츠의 롭 아노트 회장은 "사람들의 은행 잔고는 급증했고 많은 이들은 돈을 금융시장에 투자했다.

하지만 부양책은 끝났으며 금리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통화 긴축의 영향에 대비하기 위해 배당주와 금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이동하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금 ETF에 몰린 자금은 다른 어느 EFT로 간 자금보다 많다.

금은 일반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

특히 세계 최대 금 ETF 'SPDR 골드 셰어스'에 순유입된 자금은 지난 21일 16억달러(약 1조9천억원)로 일일 기준 역대 최대에 이르렀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것도 금 수요 급증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주식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급락한 것과 대조적으로 금값은 올해 온스당 1천800달러(약 217만원) 가까운 수준에서 거의 변동이 없다.

CNN에 따르면 헤레우스귀금속 앙드레 크리스틀 최고경영자(CEO)는 "금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안전자산으로 남을 것이며, 지속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도 금값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 가격이 올해 안에 온스당 2천120달러(약 255만원)까지 올라 2020년 8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 2천72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인기 주식을 콜옵션(일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과 함께 샀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이제 인덱스펀드와 풋옵션(일정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난해에는 테슬라, 아마존, 애플, 엔비디아 등에 대한 콜옵션 거래가 급증했다.

하지만 S&P500지수가 2020년 3월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마쳤던 지난 21일 풋옵션은 콜옵션을 앞질러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UBS그룹 전략가 스튜어트 카이저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콜옵션 수요는 최근 2020년 4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팬데믹 첫해에 멀리했던 엑손모빌, 셰브런 같은 에너지 회사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 속에 이들 업체의 주가는 오름세를 타고 있다.

한편 한국에서 '돈나무 언니'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미국 유명 투자자 캐시 우드의 '아크 이노베이션 ETF'(ARKK)의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에 투자가 몰리는 것도 눈길을 끈다.

ARKK는 올해 들어 27% 떨어졌다.

반면 ARKK 일간 수익률의 -1배를 추종하는 '터틀캐피털 쇼트 이노베이션 ETF'(SARK)의 규모는 거의 3억5천만 달러(약 4천200억 원)까지 늘어났다.

SARK는 지난해 11월 9일 출범 이후 61%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ARKK는 43% 하락했다.

SARK를 만든 매슈 터틀은 우드의 ETF를 공매도하는 펀드를 만들어보면 어떠냐는 트위터 글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우드의 ARKK는 최근 몇 달 사이 불안에 빠졌다.

ARKK는 DNA 기술, 자동화, 로봇공학, 에너지 저장, 인공지능(AI), 핀테크 등 고성장 분야에 과감히 투자해왔는데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전망으로 기술주가 큰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 줌, 코인베이스 등 ARKK가 보유한 주요 기업들은 올해 주가가 20% 이상 하락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으나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 등 공급망 문제 때문에 주가가 이날도 11.55% 하락한 829.10달러로 장을 마쳤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칩 부족 문제를 고려해 올해에는 신차를 내놓지 않고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 트럭' 출시도 내년으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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