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7일 2021년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사업 전략을 설명하며 ‘최적’이라는 단어를 여덟 번 썼다. 투자와 생산 규모를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적화 전략의 결과물인 ‘효율화’란 단어도 아홉 차례 사용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고객이 필요한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양이 아니라 질적 성장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D램 악몽' 더는 없다…삼성 '전략적 생산'으로 가격방어

‘2018년의 악몽’은 없다

메모리 반도체업계는 ‘2018년의 악몽’을 겪은 후 반도체 가격 급등락을 막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당시 PC용 D램 가격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2018년 2분기 8.19달러까지 치솟았던 D램 가격이 2019년 말 2.81달러까지 고꾸라졌다.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판단한 업체들이 앞다퉈 생산량을 늘린 결과였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분기 생산 통계를 보면 삼성전자의 전략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회사의 D램 비트그로스(bit단위 생산량 증가율)는 전 분기 대비 한 자릿수 중반 감소했다. 전년 4분기 수준의 생산량 증가가 이뤄질 것이란 업계 추정과 딴판이었다. 한 부사장은 ‘최적의 제품 믹스’라는 표현을 쓰면서 “무리한 판매 확대를 자제했다”고 설명했다.

전략적인 생산 비중 조정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4분기 삼성전자의 평균판매단가(ASP) 하락폭은 한 자릿수 초반대로, 업계가 추정한 8%보다 훨씬 낮았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생산 전략을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한 부사장은 “올해는 중앙처리장치(CPU) 신모델이 나오는 등 메모리 반도체 영업에 도움이 되는 호재가 많다”며 “시장에서 필요한 반도체 품목이 무엇인지 수시로 파악해 제품 믹스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M&A 위해 실탄 장전 중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선 생산능력과 수율 끌어올리기가 당면 과제라고 설명했다. 4나노미터(㎚·1㎚=10억분의 1m)와 5㎚ 공정의 수율 확보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지만 안정화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올해 초 공개한 QD OLED(퀀텀탓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는 1분기 TV와 모니터로 출시할 예정이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연말이면 QD 수율도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식재산권 방어에 더 신경을 쓰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최 부사장은 “지재권을 인정받고 (침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중국 업체의 특허 침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배당 기조는 달라진 게 없다. 지난해 잉여현금흐름 19조6000억원 중 50%에 해당하는 9조8000억원을 연간 배당을 위한 재원으로 잡았다. 추가 배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보수적인 현금 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대비해 ‘실탄’을 비축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한편 삼성전자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은 전날 경력직 채용을 시작했다. 모집 분야는 반도체 프로세스 아키텍처와 공정개발, 재료개발, CAE 시뮬레이션, 패키지개발, 기구개발, 설비기술 등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지난해 94조1600억원의 매출을 올려 3년 만에 미국의 인텔을 제치고 세계 1위를 달성했다. 글로벌 1위를 유지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인력을 보강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