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전광판에 시초가 59만7000원이 적혀있다./사진=한경DB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전광판에 시초가 59만7000원이 적혀있다./사진=한경DB
청약증거금 114조원 끌어모으며 청약 광품을 몰고 온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형성 후 상한가)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공모주 투자자들은 나름 쏠쏠한 수익을 거뒀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시초가 59만7000원에 비해 9만2000원(15.41%) 하락한 50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는 공모가 30만원의 2배에 못 미쳤으며, 상장 후 상한가에도 실패했다. 주가는 장 초반 59만8000원까지 올랐다가 45만원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반면 공모주 투자자들은 종가 기준 20만5000원(68.3%)의 평가차익을 얻었다. 시초가 대비 주가는 하락했지만 여전히 공모가(30만원)를 크게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장이 열리자마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매도 포문을 열었고 거래량이 급증하자 소액 개인투자자까지 가지고 있던 공모주를 내던지며 LG에너지솔루션 하락을 부추겼다.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281만1640주와 287만8124주를 팔아치웠다. 반면 기관 홀로 583만3958주를 사들였다.

공모가가 높고, 공모 규모가 큰 초대형 공모주라는 점도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상장 당일 시장 여건도 악재로 작용했다. 간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3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이 국내 주식시장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3.50%, 3.73% 급락했다.

증권사 전산 '먹통' 사태까지

이날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에 투자했던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장애로 손실을 봤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하이투자증권 MTS에서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회사 측은 "접속 오류는 약 40분 진행됐으며 개장 후 50분이 지난 시점에는 해소됐다"고 전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전산장애에 따른 피해 보상 계획에 대해 "민원이 들어오면 현황을 파악하고 손실 보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하이투자증권뿐 아니라 KB증권, 대신증권, 신영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의 거래시스템에서도 일시적으로 먹통 현상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다만 투자자들의 주장과 달리 KB증권, 대신증권, 신영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은 접속장애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한국거래소로부터 받는 시세지연은 있었으나 내부 전산망 문제는 없었다는 것이다.

대어급 IPO=따상 공식, 이젠 끝났나?

LG에너지솔루션 따상 실패로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무조건 따상이라는 공식이 또 다시 깨졌다. 지난해 조 단위의 IPO를 진행한 대어들 중에도 SK바이오사이언스만 따상을 달성했으며 크래프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현대중공업 등은 따상에 실패했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도 청약증거금 81조원을 끌어모았던 SKIET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5월11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SKIET는 시초가(21만원)보다 5만5500원(26.43%) 하락한 15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에너지솔루션 적정주가로 39만원을 제시한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상장 배터리 회사(중국 CATL, 한국 삼성SDI)의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 상대가치를 적용한 시가총액 범위는 63조~120조원으로 평균치는 92조원, 주당 39만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기 주가는 오버슈팅이 예상되지만 주가가 51만원, 시가총액 120조원을 넘어서면 글로벌 배터리 생산 1위 CATL보다 비싸지게 된다는 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