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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 새 역사 뒤엔 '사모펀드의 편법'
"공모가 올라 결국 개미들 피해"
기업공개 새 역사 뒤엔 '사모펀드의 편법'
"공모가 올라 결국 개미들 피해"

사진=연합뉴스
자본금 50억원에 불과한 A투자자문사는 이번 기관 청약에 7조원을 베팅했다. 최대치를 적어냈다. 현재 제도상 자본금 50억원 자문사가 받을 수 있는 주식은 200억원어치지만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해 이렇게 써냈다. 일반청약자는 청약금액의 50%를 증거금으로 내야 하지만 기관투자가는 청약증거금이 없다는 제도적 허점을 파고들었다. 금융당국은 2007년 공모주 청약 흥행을 위해 기관투자가들의 증거금을 없앴다. 이번 LG에너지솔루션 수요예측에서 국내 기관 1536곳, 해외 기관 452곳 등 총 1988개 기관이 참여해 경쟁률을 2023 대 1까지 올린 배경이다.
앞선 카카오뱅크, SK아이이테크놀로지 청약에서 체득한 결과다. ‘대형 공모주는 흥행 불패’라는 공식이 생기면서 이 같은 관행이 생겼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증거금을 내지 않은 채 ‘뻥튀기 청약’에 나서는 기관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 과도하게 높은 경쟁률을 형성해 결국 공모가를 높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추덕영 기자
하지만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 등 관련 제도를 책임지고 있는 곳들도 규제를 말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새로운 규제를 내놓은 뒤 IPO시장이 위축되면 그 책임을 뒤집어써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사이 전문사모운용사들은 최대 1000%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월 설정된 한 하이일드 펀드는 1986.28% 수익을 냈다. 다른 코스닥벤처펀드도 지난해 755.21%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을 방치할 경우 공모주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부메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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