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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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신라젠의 소액주주들이 상장폐지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기심위의 신라젠 상폐 결정이 명확한 기준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신라젠주주연합은 20일 입장문을 내고 "신라젠의 17만 주주와 그 60만 가족은 기심위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며 "거래소의 요구조건과 평가기준이 다른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18일 기심위를 열어 신라젠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주주연합은 상폐 결정의 주된 이유가 신라젠의 이행계획서에 명시됐던 신장암 임상 종료 기간 및 기술수출 계획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신라젠이 2020년 11월 거래소에 제출한 계획서에 따르면 신라젠은 '펙사벡'(항암 바이러스) 신장암 임상을 조기에 종료하고 기술 이전을 추진한다고 했다.

그러나 임상 파트너사인 미국 리제네론과의 협의로 시장성이 큰 임상 D군(Arm D)으로 확대한 점이 상폐 결정의 주요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신장암 임상은 총 4개(A~D)군으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주주연합은 "거래소에 제출된 이행 계획서에는 2021년까지 C군(Arm C) 임상을 종료하고 2022년 중 기술수출 협의를 진행한다고 기술했으나 리제네론과 기존에 협의한 임상 디자인에 따라 일정 환자에게서 반응이 나타나면 임상환자를 추가해서 확대하기로 해 임상을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임상을 조기에 종료하는 대신 시장 규모가 훨씬 큰 D군까지 확대하기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라며 "Arm D의 임상 진행은 병용 약효가 기대 이상으로 좋다는 반증이고 더 좋은 기술수출 조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고 반박했다. Arm D는 면역관문 억제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 대상 임상이다.

주주연합은 "이행 계획서 작성 당시 열악했던 회사의 재무 상태는 견고해졌다"며 "신라젠 입장에서 자사의 약물을 헐값에 기술 이전한다면 이 또한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행계획서상에 명시된 임상 종료 기간과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상장폐지는 사유에 의거해 기준에 따라 결정함이 마땅하다"고 했다.

주주연합은 "신라젠은 기심위에서 요구한 3가지 사항(경영진 교체·지배구조 개선·대규모 자금확보)을 모두 충족했다"며 "요구사항을 충족했는데도 상장 폐지 결정을 내린 이유가 이런 이유라면 코스닥 시장위원회에서 다시 한 번 살펴줄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