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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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불만이 심상찮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소비자 헬스케어 부문을 인수하겠다고 밝혔지만. '큰 손' 투자자들의 항의와 개인투자자들의 투매 행렬이 잇따랐다.

이보다 앞서 영국의 한 거물 투자자는 "유니레버가 본업에 집중하기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치중하느라 성장성이 둔화됐다"며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유니레버 주가는 2019년 8월 최고점을 찍은 이후 최근 들어 계속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GSK 센소다인 치약을 82조원에?" 놀란 투매 행렬
15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유니레버는 지난해 12월 GSK의 소비자 헬스케어 부문 인수를 추진했다. 현금 417억파운드와 유니레버 주식 83억파운드 등 500억파운드(약 82조원) 규모의 인수안을 3차례 제시했다. 애드빌, 센트륨, 테라플루, 센소다인 치약 등이 GSK 소비자 헬스케어 부문의 대표 브랜드다.

이같은 사실은 GSK가 "유니레버가 제안한 금액은 해당 사업과 미래 전망을 지극히 과소평가한 것"이라며 해당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히면서 공개됐다. 또 "당초 계획대로 올해 해당 부문 분할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유니레버를 향해 입찰 가격을 높일 것을 압박했다. GSK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지분율 32%)와 합작회사(JV)를 설립해 소비자 헬스케어 부문을 합병했었다.

그러나 시장은 요동쳤다. 유니레버가 해당 부문을 사들이기 위해 거액을 베팅했다는 소식에 주가는 8% 이상 급락했다. 독일 자산운용사 플로스바흐폰슈토르히 등 큰 손 주주들도 GSK의 인수가격 인상 요구에 거세게 반발하며 유니레버 경영진의 계획 철회를 압박했다. 유니레버는 이미 도브(샤워용품), 헬만(마요네즈), 립톤(차), 매그넘(아이스크림), 벤앤제리스(아이스크림 체인)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GSK 헬스케어 부문의 브랜드들을 대거 사들여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는 구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다.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는 "어느 누구도 반기지 않는 인수 시도"라면서 "최근 성장성이 교착상태에 빠진 유니레버가 운영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주요 이니셔티브를 약속했지만, 주가 폭락세는 'GSK 헬스케어 부문 인수가 그 정답이 될 수 없다'는 시그널"이라고 전했다. 결국 나흘만인 19일 유니레버는 "GSK가 원하는대로 인수가격을 높이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실상 인수 철회로 백기를 든 것이다. 이날 유니레버 주가는 10% 이상 뛰었다.
"마요네즈에나 집중해!" 유니레버를 향한 투자자들의 철퇴 [김리안의 글로벌컴퍼니]

"ESG경영 치중하느라 본류 놓쳐" 비판도
GSK 거래 건과 별개로 유니레버가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유니레버의 10대 주주 중 한 곳인 영국 투자회사 펀드스미스의 테리 스미스가 최근 투자자 연례서한을 통해 "유니레버의 지속가능성 경영 드라이브가 지나치다"며 비판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유니레버가 ESG 경영에 과도하게 집착하느라 사업 펀더멘털의 큰 줄거리를 놓친채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아이스크림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한 유니레버의 아이스크림 체인 자회사 벤앤제리스를 거론했다.

스미스는 유니레버가 GSK와 인수합병(M&A) 거래를 시도했다가 철회한 것과 관련해서는 "투자자로서 죽기 직전의 임사체험을 당한 것 같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유니레버 경영진을 향해 "당신들의 사업 방식은 워런 버핏이 '진 러미(gin rummy·더 나은 카드를 뒤집기 위해 매번 가장 유망하지 않은 카드를 버리는 게임)'에 빗댄 경영"이라면서 "문제는 손(사업)이 아니라 카드 플레이어(경영진)"라고 비판했다. 또 "큰 M&A에 나설 생각은 접고 현재 운영 중인 사업을 개선하는 데 신경쓰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유니레버의 경영 목적이 최고의 맛을 내는 헬만 마요네즈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를 깨끗하게 처리하는 데 있다는 사실에 투자자들이 분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니레버가 프록터앤드갬블(P&G), 네슬레 등 경쟁사에 비해 영업수익이 수년째 뒤처져 있다"면서 "주가 역시 지난 12개월 사이에 9% 가량 하락했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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