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귀재' 일본전산
적자나던 공작기계社 OKK
지난해 11월 인수 발표 이후
시장 기대 커지며 주가 3.4배↑

나가모리 회장의 미래 전략
전기차 모터 사업에 사활
정밀기계 강점인 OKK 통해
'부품 내재화' 경쟁력 강화
M&A 성적 '67승0패' 일본전산…'상폐 문턱' OKK마저 살려냈다

‘67승 0패.’ 일본전산(6594)의 인수합병(M&A) 실적이다. 모터제조업체 일본전산은 경쟁사와의 차이를 빠르고 더 크게 벌려놓기 위해 전략적으로 M&A를 단행했고,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M&A 이후 자본을 추가로 투입한 적이 없었고, 피인수 기업들은 일본전산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됐다. 덕분에 일본전산은 시가총액 7조엔대의 글로벌 기업으로 클 수 있었다. 일본전산의 M&A 전략이 연초부터 다시 주목받고 있다. 회사가 인수하기로 한 OKK(6205)의 주가가 급등하면서다.
빈사상태 OKK 매수한 일본전산
17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OKK는 7.43% 오른 1315엔에 장을 마쳤다. 연초 이후로만 29% 올랐다.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장세에서도 꿈쩍 않던 OKK의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이다. 작년 11월 18일부터 OKK의 주가는 3.4배나 올랐다.
M&A 성적 '67승0패' 일본전산…'상폐 문턱' OKK마저 살려냈다

OKK는 중소형 머시닝센터에 강점을 가진 100년 된 기업이다. 공작기계의 한 종류인 머시닝센터는 부품에 구멍을 뚫거나 면을 깎는 등 다양한 가공이 가능한 만능 기계로, 부품을 만드는 데 가장 기초가 된다. ‘좋은 물건을 만들 줄 아는 회사’로 소문이 자자했으나 재무상태가 엉망이었다. 2007년만 해도 58억엔의 영업이익을 냈던 OKK는 글로벌화에 실패하면서 적자신세가 됐다. 작년엔 재고자산을 과대계상한 게 밝혀져 상장폐지 문턱에도 갔다. 지난해 11월 18일 일본전산이 OKK인수를 전격 발표하면서 반전을 맞이했다.

일본 증시에서는 일본전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강한 신뢰가 OKK의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전산 창업자이자 회장인 나가모리 시게노부는 M&A를 통해 기업 간 시너지를 키우는 데 능하고, 피인수 기업의 재무상태를 ‘V자’ 회복시키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A 하기 전 피인수기업 쓰레기통까지 뒤져가며 낭비가 없나 살펴볼 정도로 비용관리에 깐깐하기로 유명하다. 방만하게 경영해 온 OKK가 일본전산 덕에 재무상태가 탄탄해지고 글로벌화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기차 모터사업 경쟁력 제고
일본전산은 자신의 M&A를 ‘하이브리드 방식’이라고 칭한다. 예를 들어 어떤 부품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를 500억엔에 사고, 설치와 수리서비스를 하는 기업을 50억엔에 사면 부품 제조부터 AS까지 모든 서비스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1000억엔의 가치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경쟁자와 격차를 벌려 놓기 위해선 M&A를 통해 ‘시간을 사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본다.

모터제조업의 강자인 일본전산은 최근 전기차 모터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모터를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수주하려면 부품의 내재화가 필수적이다. 부품 내재화엔 공작기계 분야의 경쟁력이 필요하다. 모터의 주요부품을 얼마나 섬세하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전산은 지난해 8월 미쓰비시중공업으로부터 공작기계 부문(현재 일본전산머신툴로 사명 변경)을 인수해 톱니바퀴를 정밀하게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그러나 대형 머시닝센터만 주로 갖고 있었기에 중소형 머시닝센터에 강점이 있는 OKK를 인수해 중소형부터 대형 라인업을 모두 갖추려고 한 것이다. 일본전산은 공작기계업체 두 곳을 M&A한 이후 500억엔을 들여 공장을 신설, 전기차 톱니바퀴를 가공하는 공작기계를 증산했다.

일본전산은 연초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의 조기긴축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약 10% 떨어졌다. 2020년 73% 오른 데 이어 2021년엔 4% 횡보하다 올 초 주가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창업자인 나가모리가 사장 자리를 세키 쥰에게 넘기면서 실적이 주춤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로 공장이 멈춘 것도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다만 연간으로 보면 실적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2022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 늘어난 1조8000억엔,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2.5% 늘어난 1900억엔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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