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슈퍼위크'. 지난해 9월 초 수소산업 관련 대형 이벤트가 줄지어 이어지자 업계에서는 이런 말이 나왔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확대선언, 10대 기업 총수가 참여하는 수소기업협의체 출범 등이 잇따르면서 수소 관련주는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4개월 만에 수소 투자 열기는 차갑게 식었다. 정책수혜주는커녕 오히려 정책에 발목이 묶인 신세다.

11일 두산퓨얼셀은 2.45% 내린 4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산퓨얼셀을 비롯해 상아프론테크, 일진하이솔루스, 코오롱인더, 효성첨단소재 등 수소 관련주들은 작년 9월 초 이후 20~30%가량 하락했다.

수소경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소법 개정안(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수소법 개정안은 청정수소 정의 및 인증제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업계의 관심사는 발전사에 청정수소 판매·사용 의무를 부여하는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다. 제도 도입을 기다리느라 발전사들의 신규수주 물량이 정체돼있어서다.

지난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법안소위를 열고 수소법 개정안을 심의했지만 여·야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의결에 실패했다. 원전을 활용한 수소를 청정수소로 인정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업계에서는 3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있어 대선 전 처리가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유럽연합(EU)이 그린 택소노미(녹색금융 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면서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졌다.

지난해 말 현대차가 제네시스 수소차 프로젝트를 일시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도 관련주에 악재로 작용했다.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와 함께 수소차에 적극적이었던 토요타마저 전기차 중심으로 전략을 급선회하고 있다. 작년 말에는 2030년까지 총 30종의 전기차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가뜩이나 금리 인상기라 숫자(실적)로 증명하지 못하는 기술주는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라며 "수소 관련주는 그간 미래 성장성과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로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부여받았는데 여기에 물음표 찍히면서 동력을 잃은 모양새"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