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공급망 병목 현상. 미국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울 요인은 차고 넘친다.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개별 종목보다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선 성장성이 높은 산업에 골고루 투자하는 ETF가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투자리서치업체 CFRA의 샘 스토발 수석투자전략가는 “현재 시장에는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큰 섹터를 찾아 ETF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불확실성 장세…'M·O·S·E' ETF 로 넘어야"

올해 엔터·에너지 날아오를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높은 섹터의 ETF가 변동성 장세에서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가 꼽은 4대 유망 ETF 섹터를 소개했다.

영화·엔터테인먼트산업이 가장 성장성이 높은 섹터로 꼽혔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영화·엔터테인먼트산업은 올해 EPS가 작년보다 57.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여파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2025년까지 연평균 37.3%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스토발 전략가는 “올해 영화관이 다시 문을 열고 스트리밍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엔터테인먼트산업이 화려하게 부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섹터의 유망 ETF로는 대표적 미국 미디어 ETF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셀렉트 섹터(XLC)가 뽑혔다. 메타(옛 페이스북)와 유튜브를 운영하는 알파벳 비중이 40%를 웃돌아 메타버스에 투자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와 월트디즈니도 포트폴리오에 담겼다. 지난해 수익률은 약 16%이며 운용 수수료는 0.12%다.

석유·가스 섹터는 에너지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변동성 장세에서 높은 수익을 올릴 투자처로 눈여겨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올해 원유 수요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급증하면서 고유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월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올해 유가 전망치로 JP모간은 88달러, 골드만삭스는 85달러를 제시했다. 석유·가스산업의 EPS는 작년보다 3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수요가 늘면서 신규 유전과 가스전 탐사에도 지난해에 비해 15~17%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약 76% 급등한 아이셰어즈 미국 석유·가스 탐사 및 생산(IEO)을 추천했다. 코노코필립스, EOG 리소시스, 필립스66 등 에너지 대기업들로 구성돼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운용 수수료는 0.42%다.

항공우주·전자상거래도 눈여겨봐야

항공우주·방위산업은 올해 EPS가 지난해보다 25.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항공 수요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며 “항공뿐만 아니라 우주·방위산업 모두 성장성이 높아 관련 기업이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올해 국방비 예산이 지난해보다 5% 늘어난 점도 호재다. 대형 항공우주 업체인 보잉, 록히드마틴, 노스록그루먼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린 아이셰어즈 미국 항공우주 및 방위(ITA)가 이 섹터의 유망 ETF로 선정됐다. 운용 수수료는 0.42%다.

코로나19로 성장세를 탄 전자상거래 섹터도 여전히 성장 여력이 크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란 평가다. 전자상거래산업의 올해 EPS 증가율은 25.9%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에 따르면 전자상거래가 전체 소매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5.5%에서 내년엔 19%로 증가할 전망이다. 월가의 추천 ETF는 프로셰어즈 온라인 소매(ONLN)다. 아마존, 이베이, 알리바바 등 거대 전자상거래 업체가 담겼으며 운용 수수료는 0.58%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