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 사태'에 펀드 걱정했는데…개미들은 산다고? [돈앤톡]
회삿돈 1980억원을 빼돌려 주식에 투자하고 금괴 등을 구입한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45)씨가 구속된 가운데, 증권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오스템임플란트가 거래정지된 데 이어 금융권에서는 오스템임플란트가 포함된 펀드를 판매 중단하고 있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다.

더불어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인덱스 펀드를 증시에 상장한 ETF의 특성상 매매를 제한할 수 없어서다. 오스템임플란트가 포함된 ETF는 거래 재개 시 수익률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되레 오스템임플란트가 포함된 ETF를 매수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기존 ETF 투자자들의 상황이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를 담고 있는 국내 펀드 106개 중 오스템임플란트 보유 비중이 가장 높은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의료기기' ETF다. 의료장비에 집중투자 하는 이 종목은 오스템임플란트를 직전 거래일인 7일 기준 7.28%의 비중으로 담고 있다. 이날 ETF는 전일보다 1.06% 상승한 가격에 장을 마쳤다.

주목할 점은 이 ETF 상품의 수급이다. 오스템임플란트가 횡령·배임 혐의 확인사실을 코스닥시장에 공시한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TIGER 의료기기'의 수급을 살펴보면 기관이 9389만원 순매수했고 개인이 8964만원 순매도했다. 개인은 이 기간 동안 총 2억2819만원을 매수했고 1억3854만원을 매도했다.

개인 수급이 매도 우위를 보였지만 매도대금과 매수대금의 격차가 작게 나타났다. 오스템임플란트의 비중이 7~8%를 오가는 만큼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 상품인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다른 상품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일 기준 오스템임플란트 ETF를 3.96%의 비중으로 담은 'TIGER 코스닥150바이오테크' ETF 오스템임플란트도 개인의 매도세와 매수세가 비슷했다. 매도대금은 4억4263만원, 매수대금은 4억2001만원으로 집계됐다. 또 ETF들 가운데 오스템임플란트 편입자금 규모가 가장 큰 삼성자산운용의 'KODEX코스닥150레버리지' ETF의 경우 개인이 오히려 1605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ETF의 오스템임플란트 비중은 1% 수준으로 비중액은 70억원 안팎이다.

오스템임플란트 편입 ETF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매도세와 엇비슷하게 나타난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일부 개미들이 역발상 투자를 했다'고 짚었다.

ETF는 추종지수 구성이 바뀌어야 포트폴리오 내 종목 삭제나 비중 변경이 가능한 구조다. 현재로서는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이 거래 정지 상태이기 때문에 편입 ETF 상품들의 기준가격에 반영된 오스템임플란트 주가는 작년 마지막 거래일(12월 30일)의 종가다. 당장은 상품 수익률에 문제가 없는 셈이다.

문제는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거래 재개 이후다. 주가가 하한가로 직행하거나 급락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해당 ETF들의 수익률에 비상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거래재개가 예고되고, 이같은 상황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은 해당 ETF를 즉시 팔면 된다는 해석이 가능한다.

한 자산운용사 상품전략 담당 임원은 "악재가 발생하더라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주식에는 매수세가 유입된다. 오스템임플란트 사태도 경찰이 피해금 회수를 위해 횡령한 직원의 주식계좌를 동결했고 금괴 일부를 압수했다는 소식이 자금 회수 기대감을 끌어올렸을 수 있다"라며 "오히려 지금을 저가 매수 시기로 보는 입장도 있다"고 말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은 거래가 정지로 매수가 불가능한 만큼 해당 종목을 담은 ETF로 자금이 몰렸다는 의견이다.

한 증권사 ETF 전략 담당애널리스트는 "이미 악재가 벌어진 상황인 데다 전체적으로 증시 상황도 좋지 않아서 즉시 매도를 하기보다는 관망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며 "경찰 수사 결과가 조금씩 공유되고 있는 만큼 저점 대기 매수세는 충분히 유입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나지 않은 데 대해선 "ETF가 소액으로 분산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지 않느냐"며 "개별 종목이었다면 꺼렸겠지만 해당 의료기기나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는 이들은 오스템임플란트 편입 ETF를 매도하지 않고 계속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