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주 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만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자칫 주가를 짓누를 수 있는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상장이 불투명해졌다는 점이 호재가 되고 있다.

SK온 상장 점점 안갯속으로…'배터리 빅3' 중 SK이노만 뛴다
3일 SK이노베이션은 3.98%(9500원) 오른 24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한 달 새 21.27% 올랐다. LG화학삼성SDI가 같은 기간 14%와 6%가량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국내 대표 ‘배터리 3사’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이 유독 약진하고 있는 것은 분할 ‘우려’가 불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대선 후보 가운데 누가 당선되든 증시 악재로 떠오른 물적분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핵심 사업부문 중 하나인 배터리 부문을 SK온으로 물적분할했다. 투자자들은 LG화학 사례 때문에 우려했다. 앞서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배터리 사업을 떼냈다. 물적분할 발표 당일 LG화학 주가는 6% 넘게 급락했다. ‘분할 쇼크’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앞둔 최근까지도 LG화학 주가에 악재로 꼽힌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물적분할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공약에 물적분할로 핵심 사업이 빠져나간 모회사 주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물적분할 요건을 엄격히 하는 것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역시 물적분할 시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SK온 상장이 불발하면 투자 여력을 확보한 SK온 가치는 할인 없이 SK이노베이션 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SK온이 추후 상장되더라도 투자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SK온이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에 나설 경우 SK이노베이션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치권에서 물적분할 후 상장하는 방식의 폐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며 “SK온이 기업공개(IPO) 시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에게 신주인수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법 등이 가능해지면 SK이노베이션의 투자 가치 개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