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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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등 국민주’지만 많은 이들에게는 애증의 종목으로 기억됩니다. 장기로 보면 크게 시세를 냈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미끄러지며 ‘강제 적금’의 쓴맛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진짜 반등’을 기대해도 좋다는 게 증권사들 의견입니다.

30일 삼성전자는 0.63% 내린 7만8300원에 마감했습니다. 8만원을 뚫었던 주가가 다시 7만원대로 내려왔습니다. 개미들은 2018년과 2021년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당시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로 매수세가 쏠렸지만, 실제는 불황이 찾아오면서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두 번의 배신’은 삼성전자가 저평가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시장이 삼성전자를 경기민감주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경기 민감주는 경기 상황에 따라 실적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높은 프리미엄을 받지 못합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2.8배에 그치고 있습니다. 25.6배를 기록한 TSMC의 절반 수준입니다. TSMC는 세계 1위 파운드리(비메모리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입니다.

여기에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라는 차이가 존재합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업황을 타는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는 장기 호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을 불러온 것도 비메모리 반도체입니다. 비메모리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절대적입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삼성전자는 2030년 비메모리 반도체 1위를 목표로 내걸고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에서 비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입니다. 전문가들도 메모리 반도체 위주의 삼성전자가 ‘할인’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합니다.

운용사 관계자는 “주가가 리레이팅 되기 위해서는 비메모리 반도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TSMC의 절반 가격에 거래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비메모리 반도체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감안해도 절대적으로 싸다는 것입니다.

자산운용사 대표는 “대한민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PER이 최소 코스피 평균(약 10~13배) 이상은 받아야 한다”며 “비메모리 불확실성을 고려해도 적정 PER은 14~15배”라고 강조했습니다. PER이 15배라고 가정하면 삼성전자 주가는 9만원을 넘어야 합니다.
사진=인터넷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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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은 이번 반등은 진짜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점 대비 15% 오른 상승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근거는 새로운 수요의 창출입니다. 2018년 장기 박스권을 돌파했을 때 그랬습니다. 당시 암호화폐 채굴이 본격화하면서 고용량 디램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이번에는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새로운 테마의 등장이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메타버스와 NFT 환경을 구현하려면 반도체가 필수적입니다. 다른 관련주는 이미 뛰고 있습니다. 카메라 모듈 업체인 LG이노텍은 메타버스 수혜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급등세입니다.

주변 환경도 우호적입니다. 반도체는 성장성을 갖추고 있지만 가치주로 분류됩니다. 올해부터 테이퍼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성장주에 쏠려있던 자금이 가치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미 외국인은 지난달부터 삼성전자를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의도 증권가 소식과 개미들 이야기를 다룬 <불개미 구조대>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 아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