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가 28일 국내 증시에서 3조원어치 넘게 순매도한 것은 한국 증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매수 일변도로 시장에 대응했던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차익을 실현하며 달라진 투자 전략을 보여줬다. 개인이 올 들어 1조원어치 넘게 순매도한 건 이날까지 총 14차례다. 과거 어떤 해에도 없던 대응이다.

개미들, 삼성전자 5840억 팔아치워
28일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9976억원어치를 팔았다. 코스닥시장에서도 1조161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두 시장 모두 최대 순매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존 최대 순매도 기록은 지난 2월 25일(2조1281억원)이다.

대주주 양도세 회피를 위한 기계적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한 종목을 10억원어치 이상 보유한 개인은 이듬해 주식을 양도할 때 차익의 20%(3억원 이상은 25%)를 양도세로 내도록 돼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1개월 새 11.07% 오르면서 대주주 자격에 걸리는 사람이 대폭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개인은 삼성전자를 5840억원어치 팔았다.

개인들이 두 번째로 많이 판 종목은 2차전지 양극재 업체인 엘앤에프다. 이 종목 또한 개인이 올 들어 전날까지 3923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사모았던 종목이다. 올해 주가가 206.67% 올랐다. 이날 개인 순매도 3, 4위 종목인 SK하이닉스(1336억원), 셀트리온(1106억원)도 개인이 올 한 해 꾸준히 사들였고, 최근 주가가 상승한 종목들이다.

이날 배당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날인 배당락일을 하루 앞두고 기관은 배당을 받기 위해 매수하고, 개인은 선제적으로 매도에 나선 영향도 컸다. 대주주 양도세 문제와 배당락일은 매년 반복되는 수급 이벤트인데도 올해 유난히 매도폭이 컸다. 지난해 배당락일 전날에는 개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9460억원어치를 팔고, 코스닥시장에서는 9027억원어치를 샀다. 올해와 같은 대규모 매도 흐름은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 증시가 최근 강세를 이어가면서 해외 투자로의 ‘머니 무브(자금 이동)’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2월 들어 지난 24일까지 국내 투자자는 해외 주식을 31억6013만달러(약 3조755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11조원어치 넘게 팔았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테슬라만 1조4000억원어치 넘게 매수했다. 올 한 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액은 24일까지 226억4759만달러(약 26조9166억원)로 지난해(197억3412만달러)보다 14.8% 많아졌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