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실론티의 나라' 스리랑카가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수입해 생긴 빚을 청산하기 위해 달러 대신 차(茶)를 보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관광객이 줄어 스리랑카의 외환보유고가 바닥난데다 식품인 차를 보내면 이란에 대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도 피해갈 수 있어서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라메시 파티라나 스리랑카 농림부 장관은 이란의 오일 빚을 청산하기 위해 차를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리랑카가 이란으로부터 받은 석유값으로 치러야할 빚은 2억5100만달러다. 스리랑카는 이를 청산하기 위해 매달 500만달러 어치를 차를 보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스리랑카 정부가 외국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차 물물교환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이후 관광객이 끊기면서 스리랑카의 외화수입은 눈에 띄게 줄었다. 부채가 늘고 외환 보유고가 바닥나는 등 외환위기를 겪고 있다.

파티라나 장관은 달러 대신 차를 보내면 이란에 대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차는 인도주의적 지원 대상에 포함된 식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차를 받는 기관도 이란은행이 아니기 때문에 거래 블랙리스트를 피해갈 수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자국의 차 생산업체들에게 구입 대금을 스리랑카 루피화로 지불할 계획이다. 외국에 빚을 갚더라도 외화 지출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업체들은 제 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론생산협회 대변인은 "정부가 실제 가치를 지불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수출기업들에게 이익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 1월 5억달러를 시작으로 스리랑카 정부가 한 해 동안 상환해야 하는 국채는 45억달러다. 11월 말 기준 스리랑카 중앙은행의 외환 보유액는 16억달러에 불과하다. 외환 보유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지만 스리랑카 중앙은행은 내년 만기인 빚을 갚는데 문제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차를 팔아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어서다.

매년 스리랑카는 3억4000㎏의 차를 생산한다. 지난해 2억6550㎏을 수출해 12억4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스리랑카 국민 중 차 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5% 정도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