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 주가가 증권가 호평과는 달리 힘을 못 받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위한 최종 승인을 받아 호재로 인식됐지만 22일 개장 이후 주가는 보합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주가는 오전 11시24분 기준 전일 종가와 같은 12만7000원을 기록 중이다. 개장 직후 전일보다 1.6% 높은 12만9000원까지 올랐지만 이내 상승폭을 줄여 상승과 하락을 오가고 있다.

투자자별 수급 잠정치를 보면 오전 11시10분 기준 기관은 103억원어치 사들였고 외국인은 5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전날 오후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SSD 사업부 인수에 대한 반독점 심사에서 승인을 했다. 인텔 낸드 인수를 위해서는 8개 경쟁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중국 당국은 이들 가운데 마지막 관문이었다. 반도체 패권 경쟁 등 세계 각국의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중국의 심사 승인 불발과 지연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올해를 넘기지 않고 승인 절차가 마무리된 것이다.

증권가는 호재로 봤다. 22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를 쏟아냈는데 이 가운데 중국 승인 소식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는 분석은 없었다. 하나금융투자(13만원→16만3000원) 상상인증권(12만7000원→15만원) 하이투자증권(12만5000원→15만5000원)은 목표가를 큰 폭 올려잡았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가 이번 인수를 통해 약점으로 지적 받아온 낸드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려 요소였던 높은 인수대금도 오히려 회사의 수익성 위주 경영기조를 지지해줄 것으로 내다봤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8조원가량의 막대한 현금유출이 재무상태를 악화시키면서 역설적으로 긍정적 작용을 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인수대금 납부 후 SK하이닉스의 순부채 규모는 11조원으로 급등하는데, 이에 따라 향후 수익성 강화의 필요성이 부각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10조원에 이르는 인수대금으로 인해 재무상황 압박 가능성이 있겠지만 도리어 회사가 수익성 위주의 경영 방침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모두 시점과 기간의 이슈일 뿐, 결국 회사 주가와 기업가치에는 플러스 요인"이라고 풀이했다.

오랜기간 6자 경쟁 구도를 갖춰온 낸드산업의 업황이 이번을 기회로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선우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인수합병은 산업 전체 설비투자액(CAPAX)을 감소시키고 줄어든 공급자의 상대적 교섭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잠재적인 이벤트로 키오시아(KIOXIA)의 매각이 발생할 경우 낸드 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주가는 증권가 호평과 온도차가 있다. 이에 대해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히려 중국 승인이 지연되거나 불발됐을 때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지, 최종 승인은 새로울 게 없다. 현 주가에 인텔 낸드사업 인수 관련 기대감이 선반영됐기 때문"며 "간밤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이 소폭 하락하는 등 조정을 받은 점도 현재 주가 혼조세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대감이 선반영되며 이미 많이 오른 주가를 추가로 상승시킬 모멘텀은 메모리 실적 추정치(컨센서스) 상승 반전이다. 내년 1분기 가격 협상 결과가 실제로 시장 우려 대비 양호할 경우 실적 컨센서스 상승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지속적 비중 확대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