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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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사들이 자회사를 떼어내 상장할 때 모회사 주주가 신설법인 주식을 지급받는 일은 드물다. 자회사 분할이 대부분 ‘물적분할’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기존 주주에게 신규 주식을 지급하는 ‘인적분할’을 하는 사례가 많다.

올해 자회사를 분할해 상장시킨 다국적 기업들은 모두 인적분할 방식을 택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모회사인 다임러는 지난 10일 트럭사업부(다임러트럭)를 분할해 독일 증시에 상장시켰다. 다임러 주주들은 다임러트럭 신주 65%를 모회사 지분율에 따라 받았다.

미국과 프랑스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클라우드 자회사 VM웨어를 상장시킨 델은 주당 0.44주의 신주를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인프라서비스를 분할한 IBM, 바이오시밀러와 여성건강 사업부를 떼낸 머크도 모회사 지분율에 따라 신규 상장 주식을 지급했다.

프랑스 미디어 공룡인 비방디는 유니버설뮤직을 상장시키면서 기존 주주에게 모두 신규 주식을 배분했다.

지급 조건이 안 되면 현금으로 잔액을 나눠줬다. 보통주 10주당 신주 1주를 지급한 머크는 10주 미만 투자자에게 현금으로 보상했다. 1주를 보유한 투자자도 보상을 받았다는 얘기다. 5주당 1주 지급을 내세운 IBM도 같은 방식을 택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핵심 자회사를 상장시키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전기차, 바이오 등 성장 자회사를 분할하면 투자금 조달이 쉬워질 뿐 아니라 의사결정도 간소화되기 때문이다.

주주로서는 모회사 주식과 신규 주식을 모두 소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점 때문에 해외 주주들은 기업에 핵심 자회사 분할을 요구한다. 엑슨모빌과 로열더치셸은 주요 주주들로부터 신재생 사업부를,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전기차 사업부를 떼어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미 분할을 결정한 기업도 많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헬스케어와 신재생에너지를, 인텔은 자율주행 사업부인 모빌아이를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백화점 메이시스는 온라인 사업부 분할을 검토 중이다.

해외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물적분할이 국내에 도입된 것은 1998년이다.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 정부가 물적분할이라는 예외 규정을 허용했다. 이를 계기로 물적분할이 구조조정뿐 아니라 투자 유치, 인수합병(M&A) 용도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