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물적분할 후 재상장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모회사의 주가가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되는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상장사들이 핵심 사업부문을 분할해 상장시킬 경우 사업가치 중복 계상으로 기존 상장사(분할 후 모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소액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훼손된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지주사 디스카운트’다.

SK케미칼이 대표적이다. SK케미칼은 2018년 백신사업부를 물적분할로 떼내 세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올 3월 상장시켰다. 지난해 40만원대였던 SK케미칼 주가는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한 달 전인 지난 2월 46만2500원까지 치솟았다. 물적분할과 재상장 기대에 일시적으로 주가가 뛴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상장 직후 주가는 급락해 4월 초 2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지난달 무상증자로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난 이후 현재는 15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시가총액은 20조원에 육박하지만 SK케미칼 시총은 2조원대에 그친다.

한국조선해양도 비슷하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물적분할한 현대중공업을 올 9월 상장시켰다. 작년 말 7만~8만원대였던 주가는 올해 5월 16만원 이상으로 급등했지만, 현대중공업 상장일 10만5500원으로 떨어졌다. 현재는 9만원대로 낮아졌다.

자회사와 모회사의 동시 상장으로 모회사의 주가가 저평가되는 대표적인 경우가 지주회사다. 시총이 순자산가치(NAV)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주사도 많다. 순자산가치란 지주사 영업가치에 상장·비상장 자회사 지분가치를 모두 더한 것을 말한다. 자회사 주가가 올라 지분가치가 상승했지만 지주사 주가는 상대적으로 덜 올라 발생하는 현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SK LG 롯데 CJ 한화 두산 등 6개 지주사의 순자산가치 대비 시총 할인율 평균을 50%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한화 LG 두산 등의 할인율은 60%가 넘는다는 설명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