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로 현재 달러당 1190원대로 올라간 원·달러 환율이 내년에는 1200원 이상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강달러 계속…원·달러 환율 1200원 돌파할 듯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21일 ‘2022년 대내외 경기·금융시장 대예측 세미나’에서 “대외 여건을 고려할 때 강달러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과 중국이 모두 자국의 통화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경제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은 꾸준히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 1080원대에서 21일 1192원90전으로 110원 이상 올랐다. 지난해 미국의 대규모 양적완화와 함께 급락했던 달러 가치가 제자리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위원은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알기 위해선 미국과 중국이 모두 자국의 통화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환율전쟁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위안화 절하’ 문제를 두고 환율전쟁을 불사하던 양상과는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이후 중국 위안화 가치는 약 10% 상승(달러·위안화 환율 하락)했다. 달러인덱스는 하반기 들어 상승세에 접어들며 최근 96선을 넘어섰다.

양국이 자국 통화 강세를 원하는 이유로는 인플레이션이 꼽힌다. 한 위원은 “양국의 인플레이션은 경기과열과 같은 수요측 요인보다 공급망 붕괴에 따른 공급측 요인에 의해 발생했다”며 “지금처럼 수입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수입물가를 낮추기 위해 자국의 통화가치를 높게 유지하려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양국이 위안화·달러화 강세를 동시에 추구할 때 원·달러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국이라는 설명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수입물가를 안정시키고 중하위 계층의 경제고통지수(실업률+소비자물가상승률)를 낮추기 위해 달러 강세를 용인하겠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미국과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이 수출 중심 국가인 한국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기업은 가격 경쟁력 제고와 원화 환산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한 위원은 “원화 약세에 따른 수출 증가를 도모할 때 통상 환율 조작에 대한 부담이 존재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높이면서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