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주가가 연일 떨어지고 있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진 데다 공모주의 3개월 보호예수(일정 기간 매도하지 못하도록 한 주식) 물량이 풀리기 시작하는 등 악재가 겹친 영향이다.

'겹악재' 현대重, 5일 동안 15% 하락
17일 현대중공업은 4.39% 떨어진 9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4.88% 떨어졌다. 외국인은 전날까지 8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날은 기관이 집중 매도했다.

외국인은 그동안 리스크 회피성 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대 6000억원의 추가 임금을 놓고 현대중공업 노사가 9년 동안 벌인 소송전의 결과를 앞뒀었기 때문이다. 전날 대법원 3부는 2심 결과를 뒤집고 노조 측 승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 소송으로 회사가 추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6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판결이 확정되는 대로 재무제표에 반영돼야 하는 비용이다.

소송 패소로 재무건전성이 크게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과거 현대중공업 소속에서 흩어진 계열사별로 소송에 따른 책임이 분산된다. 3분기 말 기준 현대중공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7803억원으로 대응 여력이 충분하다. 외국인이 이날 9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른 악재도 있다. 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액화천연가스(LNG)선 독과점 우려 때문이다. 수급상 악재도 더해졌다. 이날부터 3개월 보호예수 물량이 시장에 풀렸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