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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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과 주식 시장에서 확실한 수익률을 내는 방법은 뭘까. 소위 고수라고 불리는 이들은 오랜기간동안 투자하는 이른바 '장투'(長投)를 추천한다. 최근 시장은 이미 가격(주가)이 오를 때로 올라 웬만해선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어려운 조건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부동산과 주식 모두 가격대가 높아진 상황이다. 그만큼 단기간을 노리고 뛰어들었다가는 수익률을 높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투자자들도 '장투'의 장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장투를 할만큼의 여유자금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비교적 적은 자금으로도 오랜기간 높은 수익률을 잡을 수 있는 투자처를 찾곤 한다. 부동산에서는 재개발, 증시에서는 비상장사가 대표적이다. 개발이 원만히 추진되면서 집값이 오르고, 기업의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게 되면 '대박'이 난다. 저렴한 가격에 가치를 알아봤다는 점에도 투자의 안목도 인정받는 계기가 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재개발이 계획대로 추진되기 않거나 상장이 무산되면 '대박의 꿈'은 사라질 수 있다. 지난해부터 주식시장에서 공모주 상장 러시와 함께 주목받은 '비상장사'에 투자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비상장사 주식, 나도 사볼까…거래방법은?

비상장사 투자는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 등 정규시장에 상장하기 전 단계에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의미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정규시장보다 정보가 한정적인데다 방법이 어렵고 문턱이 높다보니 쉽사리 투자를 결정하진 못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기업공개(IPO) 시장이 급증하면서 공모주도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공모주에 투자해서 높은 수익률을 거두기 어렵다보니, 이보다 더 먼저 기업들의 주식을 선점할 수 있는 비상장사가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스타트업 등 사업초기의 기업을 발굴해 미리 저렴한 가격에 매수해 추후 상장하게 되면 고수익을 내겠다는 것이다.

일반 청약에서 공모주를 받기도 힘들 뿐더러 가격이 지나치다는 분석도 투자자들이 비상장사 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크래프톤을 비롯해 카카오뱅크 등 올해 IPO를 추진했던 기업들의 몸값이 수십조원에 육박하면서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회의론이 불거졌다. 수천만원을 넣어도 공모주 일반 청약에서 받을 수 있는 물량도 한정적이다.

반면 비상장 투자는 쿠팡, 야놀자 등에 투자한 '투자의 귀재'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처럼 대박을 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지난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는 쿠팡의 주식 공모가가 희망가보다 높은 35달러로 확정되면서 쿠팡에 투자했던 손 회장의 평가차익은 약 6.6배에 달했다.
지난 3월 쿠팡이 상장기념으로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게시한 전광판 광고. /사진=쿠팡
지난 3월 쿠팡이 상장기념으로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게시한 전광판 광고. /사진=쿠팡
우선 비상장사 투자에 앞서 국내 비상장사 거래 시스템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은 사설 업체들이 운영 중인 사설 장외시장과 금융투자협회가 운영 중인 제도권 장외시장인 K-OTC가 있다.

사설 장외시장은 중고거래를 하듯이 주식 매도자와 매수자가 일대일로 만나 당사자간 합의를 통해 주가를 결정하고 거래한다. 가장 유명한 사설 장외시장은 38커뮤니케이션이다. 유명한 사이트인 만큼 거래도 활발하고 거래 가능한 종목도 많다. 이 밖에 안전성을 높인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울거래 비상장, 엔젤리그 등 새로운 사설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들도 속속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만들었다. 삼성증권과 연계를 통해 비상장 주식 거래의 안전성을 담보했다. 피에스엑스가 운영하는 서울거래 비상장은 작년 12월 출범했다. 신한금융투자와 연계해 안전성을 높였다.

엔젤리그는 공동구매(클럽딜) 형태로 조합을 만들어 비상장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조합을 통해 구주를 공동구매하는 방식으로, 비통일주권 거래가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이 장점이다.

대표적인 사설업체 38커뮤니케이션에선 비상장사 주식 거래방식은 간단하다. 매수하고 싶은 기업의 세부 정보를 확인한다. 이후 원하는 종목과 연락처를 게시글로 올리고, 매도자와 연락을 취해 가격과 수량을 협의해 거래가 이뤄진다.

2세대 비상장주식 거래플랫폼으로 불리는 서울거래 비상장 등은 증권 계좌와 연계하는 방식이다. 플랫폼 내 시스템을 통해 매물 게시글을 올려 매도자나 매수자 증권 계좌에 해당 주식 수량, 매수금이 있는지를 확인을 거쳐 글이 게시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제도권 시장부터 사설 거래플랫폼까지…장·단점은?

국내 유일의 제도권 장외시장인 K-OTC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사설 장외시장의 경우 자체 사이트나 앱(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야 하지만 K-OTC는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통해 거래할 수 있다. 거래비용이 싸고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 역시 K-OTC의 장점이다.

서울거래 비상장의 거래 금액의 수수료는 0%인 반면,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거래 금액의 1%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K-OTC 증권거래세율은 0.23%로 코스닥과 동일하다. 내년부터는 0.15%로 더 낮춰진다. 소액주주가 K-OTC 시장에서 벤처기업, 중소·중견기업을 투자하는 경우 양도소득세가 면제된다.

다만 K-OTC에서 거래 가능한 기업 수는 144개(12월16일 기준)에 불과하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거래가능 종목 수는 6062개, 서울거래 비상장의 거래가능 종목 수는 359개다.

비상장 기업 투자의 장점으론 경쟁률 높은 공모주와 달리 경쟁없이 초기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을 비롯해 성장성 우수한 기업 발굴 시 고수익 가능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비상장 바이오 기업 투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당 기업에 대한 꼼꼼한 정보 조사와 공부가 필요하다. 우선 K-OTC 시장은 등록법인과 지정법인으로 나뉜다. 등록기업의 경우 결산공시 등 정기 공시, 17개 항목 주요경영사항 발생 시 수시공시를 해야 한다. 협회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조회공시 답변도 해야 한다.

지정법인의 경우에는 K-OTC 시장에서 공시하지 않지만 △사업보고서 제출대상법인으로 금융감독원에 사업보고서 등을 공시하고 △모집·매출 실적 또는 증권신고서 등을 제출한 사실(공모실적)이 있어야 한다.

비상장자 투자, '이것' 만큼 주의해야

장외시장에서 비상장사 투자는 '진흙속에서 진주찾기'다. 만약 상장을 앞두고 있는 종목의 경우 이미 가격에 투자심리가 반영된 만큼,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마치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건축 아파트와 같다. 그만큼 기대 심리가 가격에 녹아있다.

사설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에 등록된 기업의 경우 K-OTC 시장처럼 공시사항과 사업보고서, 감사보고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상장 기업 대비 기업분석보고서 등 투자참고 자료가 부족하고 공시항목도 최소화돼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플랫폼에 등록 안된 기업의 경우 이런 자료마저도 확인하기 어렵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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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 기업이 제대로 상장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또 사설업체의 비상장주식의 경우 상대적으로 정보가 불투명해 사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장외시장에서 비상장 종목 거래 때 거래상대방을 탐색하고 거래를 체결하는 데 상당한 노력과 위험이 따른다.

전문가들은 안전성, 투명성 등을 따져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을 고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아가 비상장사 주식 투자는 밸류에이션 평가가 어렵고 기업 정보공개도 충분하지 않은 만큼 보다 철저한 투자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비상장사 투자는 고위험·고수익에 해당하는 시장"이라며 "일부 사설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의 경우 기업분석부터 주식거래까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은 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