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경훈 기자
사진=신경훈 기자
KTB자산운용은 펀드 상품 명가(名家)로 불린다. 직접 투자 열풍으로 위축된 펀드 시장에서 잇달아 흥행에 성공하는 펀드를 출시하고 있어서다. ‘좋은 상품에 답이 있다’는 경영철학이 반영됐다. 금융지주나 초대형 보험사의 지원 없이 업계에서 승승장구해온 비결이다. KTB자산운용은 선제적인 상품 발굴 등을 통해 탄탄한 중소 자산운용사를 넘어 대형 운용사로 도약하기 위한 점프업 전략을 준비 중이다.

좋은 상품이 답이다

KTB자산운용은 1999년 설립된 종합 자산운용사다. 약 20년 만에 운용자산(AUM) 규모는 16조원까지 성장했다. 금융지주나 계열사의 지원 없이 이처럼 꾸준히 성장해온 자산운용사는 손에 꼽힌다.

KTB자산운용의 성과는 압도적이다. 2016년 김태우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운용자산이 10조원에서 16조원가량으로 불어났다. 40억원이던 영업이익도 올해 100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두 자릿수이던 직원 수도 회사 성과가 개선되며 100여 명으로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비슷한 수탁 규모를 갖춘 자산운용사보다 50%나 많은 인력을 확보하면서도 두 배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며 “주식, 채권, EMP 등과 같은 전통 자산 분야는 물론 국내외 부동산, 인프라, 선박, 리츠 등 대체자산 부문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제 출시한 상품이 ‘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KTB자산운용의 대표 펀드 시리즈로 자리매김한 1등주 펀드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2017년 5월 출시한 4차산업1등주 펀드는 펀드명에 업계 최초로 4차산업이란 표현을 사용해 화제가 됐다.

성과도 좋다. 펀드 출시 이후 누적 수익률 134.1%(지난달 말 기준), 순자산 3167억원을 기록했다. 목표전환형으로 출시된 만큼 목표수익률 달성 후 상환된 펀드를 합산하면 순자산은 5000억원 규모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1등주 시리즈 중 하나인 중국 1등주 펀드는 최근 1, 2, 3, 5년 수익률 모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장기 투자 성적표인 5년 성과는 상위 3% 안에 들었다. ESG 1등주 펀드는 국내 주식형 ESG 펀드 가운데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2019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성장성을 예견해 내놓은 펀드다. 당시엔 사회책임투자 등 ESG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자리잡지 않은 상태였다. 이 밖에 메타버스와 우주산업에 투자하는 메타버스&우주산업 1등주 펀드 역시 올 8월 출시 이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점프업 전략 추진

흔들리는 증시에서 빛을 발하는 EMP펀드도 KTB자산운용의 효자 상품이다. EMP펀드는 세계에 상장된 다양한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투자하는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증시가 출렁일 때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공모형 글로벌멀티에셋인컴EMP펀드는 2019년 10월 설정 이후 동일 유형 가운데 압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순자산은 2800억원까지 급증했다. 글로벌 주식형, 글로벌 채권형, 멀티에셋형, 자산배분형 등 EMP 라인업을 확대했다. 그 결과 리테일 및 주요 연기금 자금을 포함한 운용 규모는 연초 이후 4403억원 증가한 1조1000억원에 달한다.

KTB자산운용은 탄탄한 공모주 펀드 라인업도 확보하고 있다. 일반공모주 펀드, 공모주 하이일드펀드, 코스닥벤처펀드까지 공모주 관련 전 유형의 상품을 운용 중이다. 이들의 순자산 규모는 업계 최대인 1조4000억원 수준이다. 공모주하이일드 펀드는 업계 전체 규모(2조1000억원)의 5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VIP자산운용이 운용 자문을 맡고 있는 KTBVIP스타셀렉션은 올해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도 연초 이후 25.69%(11월 말 기준), 1년 수익률 42.71%를 기록하며 입소문을 타 연초 198억원에 불과하던 순자산이 올해만 2000억원 넘게 급증했다. 시장에서 호평받는 펀드가 즐비하자 투자자들이 직접 KTB의 펀드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펀드 판매가 가파르게 증가한 이유다.

대체투자 부문도 최근 몇 년 새 눈에 띄게 외형이 커졌다. 과거 국내 부동산을 전담하는 인력은 8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4개 본부, 7개 팀, 31명의 인력이 66개 펀드, 4조5000억원 규모를 운용하고 있다. KTB자산운용은 중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수탁액 20조원, 당기순이익 15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태우 대표는 “수탁액과 이익을 늘리기 위해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온라인 공모 펀드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대체 부문에서도 블라인드펀드와 리츠상품을 신규로 출시하는 등 새로운 레벨로 도약하기 위한 점프업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