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태양광 잡은 中 기업들, 이번엔 수소 시장 노린다 [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태양광발전의 핵심 설비인 태양전지 패널 시장에서 글로벌 10위 기업을 꼽으면 어떤 시장조사업체 조사에서도 중국 기업이 7~8개를 차지한다. 중국 기업들은 수년 간의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점유율을 높여왔다. 그 투자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친환경 보조금이 있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대형 태양광업체들이 같은 전략으로 새로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미래 청정에너지로 주목받는 수소다. 수소 중에서도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와 산소를 추출하는 이른바 '그린수소'다.

업계에선 수소를 생산 방식에 따라 3가지로 구분한다.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그린수소다. 뒤로 갈수록 환경친화적이다. 그레이수소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과 고온의 수증기를 반응시켜 수소와 이산화탄소(CO2)를 만들어낸다. 약 1㎏의 수소를 생산하는 데 이산화탄소 10㎏을 배출한다.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와 생산 방식은 같지만,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방출하지 않고 포집 기술을 활용해 CO2를 따로 저장한다.

그린수소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수소 사업자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이다. 하지만 현재는 비용이 많이 든다. 중국에서 그린수소 생산 단가는 현재 ㎏당 3.22달러로 블루수소의 두 배에 달한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수소의 63%가 블루수소이며 그린수소는 1.5%에 불과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린수소가 특히 해상 태양광·풍력과 궁합이 잘 맞는다고 본다. 태양광·풍력은 전기 생산 단계부터 환경 친화적이다. 이 전기를 수소로 전환하면 태양광·풍력 발전의 단점인 불안정성과 저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화석연료와 현재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단점들을 한꺼번에 보완할 수 있으며 에너지원(태양, 바람, 바닷물)이 고갈될 우려도 매우 적다.

그린수소 생산의 핵심 장비는 전해조(電解槽·electrolyzer)다. 전기를 활용해 물에서 수소와 산소를 분해하는 장비다. 글로벌 태양광 1~2위를 다투는 중국 룽지그린에너지는 내년 1.5GW(기가와트) 규모의 전해조 설비를 추가로 지을 예정이다. 현재 운영하는 500㎿의 세 배다. 중국 국유 발전기업인 국가발전투자(SPIC)는 2027년까지 10GW 규모의 전해조 설비를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블룸버그 계열 신기술 연구소인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내년 전세계 그린수소 생산량은 올해의 5배로 커질 전망이다. 그리고 중국이 전체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탄소중립 목표 시점으로 내건 2060년에 전체 에너지에서 수소의 비중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수소 생산자의 가장 큰 장애물은 수소 시장이 아직 발전 초기라는 점이다. 수소 유통·저장 인프라나 활용처도 아직 부족하다. 중국에선 거대 국유 에너지기업들이 수소 수요자로 자처하고 나섰다. 중국 3대 석유업체 중 하나인 중국석화(시노펙)은 2023년 중반 연 2만t 규모의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수소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중국 국유기업을 총괄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 3분의 1 이상이 수소 생산, 저장, 유통, 활용 사업 계획을 내놨다. '2060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 생태계 조성 전략이 국가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룽지나 썬그로우 같은 민간 태양광업체들도 동참하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