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MSCI 선진국지수 편입…8대 현안부터 해결해야
출범 초부터 민간을 중심으로 제기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문제에 미온적 입장을 보여왔던 현 정부가 집권 막바지에 추진한다고 한다. 그 배경과 의도, 실제로 편입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현 정부의 입장은 이렇다. 1인당 소득으로 분류하는 국제통화기금(IMF), 대외원조액 등으로 평가하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로부터 선진국으로 분류된다. 또 같은 벤치마크 지수로도 파이낸셜타임스(FTSE)는 선진국에 편입했는데 왜 유독 MSCI 지수는 한국을 선진국 예비명단에서까지 탈락시켜 신흥국으로 재분류하느냐 하는 논리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MSCI 선진국지수 편입…8대 현안부터 해결해야
첫째, 바로 이 논리가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지 못하는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현 정부(특정 대통령 후보 주장도 포함)의 논리는 우리 국민에게는 설득력 있게 들리고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평가하는 주체인 MSCI로서는 ‘국수적인 항의’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다른 선진국 분류기준과 달리 MSCI 지수는 평가하는 기준이 독특하다. 1인당 소득, 무역액, 대외원조 규모 등 하드웨어 위상을 중시하는 IMF, 유엔, FTSE 지수와 다르다. MSCI 지수는 금융 규제, 투명성, 도의적 책임 등 소프트웨어 위상을 중시한다. 한국은 두 위상 간의 격차가 가장 큰 국가로 널리 인식돼 있다.

셋째, 문제가 되는 소프트웨어 위상도 외형상 제도 개선보다 체감적으로 느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MSCI가 선진국 예비명단에서 탈락시킨 이후 한국에 대해 지적해온 사안은 거의 비슷하다. 한국은 이 지적에 대해 개선됐다고 반박해 왔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오히려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더 악화됐다.

넷째, MSCI만의 독특한 ‘dolus eventuals’, 즉 미필적 고의 대목이다. 남녀 연인 사이에서도 값비싼 선물 공세보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배려하고 아껴주느냐가 결혼 성공 여부를 결정지을 확률이 높다. 각종 설명회 등에서 한국 인사들은 경제지표에만 의존하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정작 중요한 참석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프레이밍 효과’를 무시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인 예다.

다섯째,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섀플리-로스의 공생적 게임이 돼야 한다. 환금성, 안정성, 수익성 등 투자의 3원칙상 하드웨어 위상은 환금성과 안정성은 충족시킬 수 있어도 가장 중요한 수익성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경우 그것을 믿고 투자해 돈을 벌 수 있어야 한국과 MSCI 모두 위상과 신뢰가 높아질 수 있다.

여섯째, 현재 한국의 지위가 신흥국인데 선진국 지수 편입을 놓고 논란이 되는 것도 문제다. 선진국 지수에 편입하려면 선진국 예비단계부터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신뢰를 생명으로 여기는 벤치마크 특성상 한번 진입했다 탈락한 것에 따른 낙인 효과가 큰 점을 감안하면 이 단계에 다시 들어가는 일도 만만치 않다. 한국 속담에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지적이 귓전에 오랫동안 머문다.

일곱 번째, 이번 기회에 ‘선진국’에 연연하는 것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경제 다극화와 국수주의, 디지털화 등으로 선진국의 의미가 퇴조되는 추세다. 국제관계가 ‘국가 대 국가’에서 ‘중심축 대 중심축’ 대결로 진전되는 시대에서는 선진국, 신흥국, 개도국 지위보다 ‘동맹’이라는 인식을 토대로 어느 네트워크에 들어가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덟 번째,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더라도 과연 글로벌 자금이 많이 들어올까 하는 점이다. MSCI 지수상 투자 지위와 관계없이 돈이 될 수 있으면 글로벌 자금은 많이 들어온다.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지금 당장 ‘코스피 4000 시대’가 열릴 것처럼 과대평가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앞서 열거한 여덟 가지 사안은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권고’로 받아주길 바란다. 언젠가부터 나와 맞지 않으면 ‘가짜 뉴스’, 맞으면 ‘진짜 뉴스’로 구분하는 우리 사회의 이분법적 사고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