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이달 들어 5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며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31조원어치 넘게 팔아 치운 외국인은 11월 이후 4조원어치가량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순매수세 전환은 현물뿐 아니라 선물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11월 중순 이후 순매도하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 1만 계약 이상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4조 '바이 코리아'…귀환인가, 일시적 피난인가
증권가에서는 9일 파생상품 동시만기일을 기점으로 외국인의 발걸음이 국내 증시로 계속 이어질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달 1일부터 5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며 2조원어치 넘게 사들였다. 7일에도 2000억원어치가량 순매수했다. 지난달부터 이달 현재까지 외국인의 순매수액은 4조원을 웃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지난달부터 각각 1조원 이상, 3조원 이상 누적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11월부터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담은 업종은 반도체, 게임, 2차전지(배터리) 등이다. 순매수 1위와 2위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 지난 6일까지 각각 2조11억원, 1조870억원어치 사들였다. 크래프톤(6986억원), 카카오(4561억원), 카카오게임즈(4322억원), 삼성SDI(4209억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2798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수세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반도체 업황 우려, 제조업 피크아웃 등 전망으로 반도체와 정보기술(IT) 업종 중심으로 한국 주식을 팔았던 외국인들이 관측을 바꾸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경식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 대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주의 목표가 상향과 주가 급등 등을 보면서 앞서 피크아웃 우려가 다소 지나쳤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월가에서 아직 반도체의 ‘겨울’이 오지 않았다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한국 기업들로 매수세가 들어온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스탠스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Fed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 장기금리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 장·단기 금리 차이가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 한국과 일본 자산에 대한 매력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KTB투자증권은 “11월 이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은 추세 전환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축적된 하락 포지션 청산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패시브 자금이 아닌 액티브 자금만 움직이고 있어 공매도에 대한 쇼트커버링 물량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더 주목받는 것은 선물시장이다. 11월 중순 이후 코스피200 선물 순매도를 이어가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 1만 계약 이상 순매수로 돌아섰다. 증권업계에서는 롤오버(선물 만기 연장) 물량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선물 매수 포지션은 7만7000계약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국내 증시 추세적 귀환을 확인하려면 9일 선물옵션 동시만기일 움직임을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규모 계약 연장이 이뤄질 경우 확실한 매수 기조로 향후 상승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 선물 매수 표지션 규모가 지난해 12월 당시 수준을 웃돌고 있다”며 “현물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9월 같은 대규모 매수 롤오버가 나타나면 지수 베팅 의도로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12월 현물과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동반 순매수가 나타나며 올해 1분기 상승장이 펼쳐졌다. 노 연구원은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 롤오버가 확인되면 내년 초까지 지수 회복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