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반도체 기업과 관련 장비·소재·부품 기업들이 지수 하락 국면에서도 ‘믿을맨’ 역할을 하고 있다. 대체불가능토큰(NFT) 관련주, 배터리 소재주 등 기존 주도주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국면에서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가 바닥을 다지면서 그동안 저평가받던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들의 반등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달 들어 각각 7.01%, 3.95% 올랐다. 6일 두 종목은 하락하며 시작했지만 오후 들어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이날 홍콩계 증권사 CLSA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8만4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25% 상향했다. SK하이닉스의 목표가는 11만4000원에서 17만5000원으로 53% 올려 잡았다. 메모리 침체에 대한 우려는 가격에 반영된 반면, D램 현물 가격 안정 등 회복의 초기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CLSA는 설명했다.

이달 들어 주성엔지니어링(22.91%) 원익IPS(9.74%) 등 반도체 장비 기업의 주가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반도체 생산 공정에 필요한 부품 및 소재를 공급하는 지오엘리먼트도 같은 기간 30.49% 올랐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장비주는 실적 전망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눌려 있는 상황에서 저평가받아왔다”며 “최근 주가가 반등한 것은 기업의 실적이 달라졌다기보다는 투자 심리가 개선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 장비 기업인 주성엔지니어링과 원익IPS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9.29배, 11.46배에 불과하다.

키움증권은 내년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설비 투자 규모가 올해보다 10% 늘어난 554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설비 투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D램 수급에는 부정적이지만, 장비와 소재 등 서플라이 체인 실적 및 주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에서 반도체 업종 투자 선호 순위는 ‘삼성전자>장비·소재·비메모리 관련 중소형주>SK하이닉스’ 순으로 제시했다. 장비 기업 중에서는 원익IPS 테스 오로스테크놀로지, 소재 기업 중에서는 티씨케이 솔브레인 오션브릿지를 추천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