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여수공장. 한경DB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한경DB
올 하반기 내내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화학주에 대한 '밸류에이션 콜'이 증권가서 이어지고 있다.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너무 싼 상황이니 매수하라'는 뜻이다. 중국이 지준율 인하를 시사한데다 관련 설비 규제 강화 기조를 이어가면서 주가 상승 동력도 갖추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6일 롯데케미칼은 3.35% 상승한 23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14.89% 상승했다. 금호석유도 이달 들어 14.84% 올랐다. 같은 기간 효성화학은 33.74% 상승했다.

화학주는 올 하반기 내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고점 대비 28.44% 하락한 상태다. 유가, 석탄 등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한데다 중국 경기 둔화가 영향을 미쳤다. 생산기지가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악재도 겹쳤다.

이달 들어 주가가 반등하고 있는 것은 주가를 짓눌렀던 여러 요인들이 일시에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가와 납사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하향안정화하고 있는데다 중국이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등 그간 얽혔던 실타래가 서서히 풀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선 화학주가 이제 바닥을 쳤다고 판단하고 '밸류에이션 콜'을 부르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3배로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까지 하락했다. 금호석유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50%까지 올라섰다. 윤 연구원은 "아직 업황이 개선된다는 조짐은 보이지 않지만 원자재 가격,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 등 업황을 둘러싼 주요 지표가 최악을 통과했다"며 "저가 매수가 가능한 구간이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 소식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3일 “시장 주체를 둘러싼 필요한 정책을 제정하고 적절한 시기에 지급준비율을 인하하겠다”고 말했다. 부진한 중국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실시하면 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탄소배출 규제 정책으로 정유, 석유화학 설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호재다. 중국발 공급 과잉 압력이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완화되면 화학 제품 재고 확보 움직임이 강해질 가능성도 높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인도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나서면서 석유화학 제품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며 "화학업체에 대한 바닥잡기에 나설 시기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금호석유와 롯데케미칼을 탑픽으로, 하이투자증권은 롯데케미칼과 효성화학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윤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올해 8800억원의 순현금을 보유한데다 올해 배당수익률은 4.7%로 추정된다"며 "본격적인 긴축 정책이 시작되는만큼 부채비율이 낮고 대규모 순현금을 보유해 재무 안정성이 높으면서 배당 매력도가 높은 업체들의 주가가 올라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