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현직 사무관이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으로 이직하기 위해 사표를 냈다. 금융위 소속 공무원이 가상자산업계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암호화폐업계 호황과 금융당국의 인사 적체 문제가 맞물리면서 허리급 공무원들의 이탈이 가시화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금융당국 안팎에 따르면 금융위 금융산업국 소속 서모 사무관은 이달 초 사표를 내고 빗썸으로 이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표가 수리되면 바로 빗썸으로 출근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직으로 인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얘기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경제적 이유로 대기업 등으로 이직한 사례는 있었지만, 가상자산업계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처음”이라며 “해당 부서에서도 중요 업무를 담당하는 주무 사무관이 이직하는 것이어서 충격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올 들어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가상자산업계로의 ‘줄 이직’이 이미 가시화됐다는 게 금융권 얘기다. 상반기에 블록체인 전문가로 꼽히는 금감원 핀테크 현장자문단 소속 부국장이 업비트로 자리를 옮겼고, 코인 발행사인 피카프로젝트는 금감원 자본시장국장 출신 인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여기에 금융위 출신마저 가상자산업계행을 택하면서 ‘인력 엑소더스’가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가상자산업계가 호황을 맞아 인력 수요가 상당한 데다, 신생 업체가 많아 다른 대기업보다 스톡옵션 등 더 좋은 조건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고질적 문제인 인사 적체와 폐쇄적인 조직 문화 등도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금융위 직원은 “열심히 일해도 자리는 한계가 있고, 그마저 대학이나 전공 등으로 기준이 갈리기도 하기 때문에 좌절감을 겪는 직원이 많다”며 “과거에는 고위 공무원이라는 사명감과 명예만으로도 일했지만, 워라밸(일과 여가의 조화)과 근무에 대한 보상을 더 중시하는 요즘 직원들에게는 옛날얘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