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칼럼]김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구독 모델 덕분에 기존에 시장을 점유하던 오라클, SAP와 같은 기업 이외에 신생 회사가 대거 등장했고, 이는 나스닥 시장 상승의 원동력이 되었다. 다만 이들 기업은 신생 회사가 많아 세일즈/마케팅 비용이 많이 나갔고, 인건비가 큰 SW 기업의 특성상 영업적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 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PER(순이익 대비 주가수익률)이 아닌 PSR(매출액 대비 주가수익률)로 기업의 주가를 평가했다.
그 결과, SaaS 기업들은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기 때문에 성장주라고 일컬어진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성장주인 동시에 경기민감주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의 구매자는 기업이다. 기업은 소프트웨어를 대량으로 계약해 사용한다. 기업 예산에서 큰 부분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도입 결정은 기업에게 어려운 결정이다. 소프트웨어는 사람의 일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손으로 일일이 적던 가계부를 엑셀에 적을 때의 편리함을 우리는 기억한다. 하지만 가계부를 손으로 적을 수도 있기 때문에, 투자의 우선순위가 되지 못했다. 당장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기능은 아니란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는 경기가 호황일 때 더 많은 수요가 나타난다. 소프트웨어를 예측하는 대표 지표 IT 지출 역시 경제성장률에 비례해 움직인다.
COVID-19는 대부분의 산업에 힘든 시간이었다. 그들에게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할 여력은 없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 리오프닝은 회복의 기회가 될 것이다. 줌(ZM US)과 같은 일부 기업들은 COVID-19 수혜주였지만, ERP, HR/재무 솔루션을 판매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위드코로나가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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