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맏형' 제친 샤오펑…주가 쾌속질주
‘중국판 테슬라’가 테슬라를 제압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는 지난 8월 ‘2021 중국 기술경험지수’ 전기자동차 부문에서 샤오펑이 테슬라를 꺾고 1위 자리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이 설립 6년 만에 테슬라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中 '전기차 맏형' 제친 샤오펑…주가 쾌속질주
샤오펑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가 투자했다. 이 때문에 ‘알리바바가 밀어주고 샤오미가 끌어주는 기업’이라고 불린다. 알리바바와 차량 결제 및 자율주행기술을, 샤오미와는 디지털 차량 키 기술을 협업하고 있다. 평균 가격이 25만위안(약 4600만원)을 넘지 않는 저렴한 모델과 자율주행 등 자체 소프트웨어를 무기로 최근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매섭게 질주하고 있다.

○中 전기차 3대장 중 인도량 1위

中 '전기차 맏형' 제친 샤오펑…주가 쾌속질주
현재 중국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를 제외하고 ‘전기차 3대장’이라고 불리는 니오 샤오펑 리샹이 주도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일찍이 시장을 선점한 맏형 니오를 샤오펑과 리샹이 추격하는 구도였다. 올해 2분기 판매량은 니오가 처음으로 2만 대를 넘겼고, 샤오펑과 리샹은 1만5000대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3분기에 상황이 달라졌다. 샤오펑이 인도량 기준으로 1위에 올랐다. 샤오펑의 인도 물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200% 늘어난 2만5666대였다. 리샹(2만5116대)과 니오(2만4439대)를 앞질렀다. 이는 주가에도 반영됐다. 최근 6개월간 뉴욕증시에서 샤오펑 주가는 약 46% 상승해 리샹(+44%)과 니오(-7%)를 앞섰다.

금융정보업체 팁랭크에 따르면 5명의 애널리스트가 만장일치로 샤오펑에 ‘강력 매수’ 등급을 매겼다. 목표 주가는 73달러로 제시했다. 1일 종가(51.14달러) 대비 약 43%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차별화된 소프트웨어 역량

허샤오펑 CEO
허샤오펑 CEO
샤오펑의 차별점은 독보적인 소프트웨어 역랑에 있다. 설립 초기부터 전기차 생산 및 개발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운영체제(OS) 등 소프트웨어에 주력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허샤오펑 최고경영자(CEO)의 영향이 컸다. 그는 “자동차산업이 스마트카로 재편되면서 전기차의 핵심은 소프트웨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샤오펑은 올해 업계 최초로 ‘자율주행차의 눈’인 내장형 라이다 센서를 장착한 모델인 P5를 내놨다.

중국 주요 전기차 업체 중 유일하게 자체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인 ‘엑스파일럿(XPILOT)’도 선보였다. 올초 고속도로 자율주행이 가능한 XPILOT 3.0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 10월엔 고속도로에서만 적용되던 차선 변경, 추월 등을 도심에서도 가능하게 한 XPILOT 3.5를 공개했다. 이 버전은 내년 상반기부터 P5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샤오펑은 중국 내 운전자 교통정보 시장도 선점하고 있다. 자율주행기술에서 운전자 데이터는 없어서는 안 될 기초 재료다. 자율주행차가 다양한 도로 상황에 대처하려면 관련 데이터를 미리 학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선 중국 도로교통 데이터에 외국 기업이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먼저 데이터를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 샤오펑은 내년부터 자율주행 로보택시도 운행하기로 했다.

○‘플라잉카’로 하늘까지 노린다

샤오펑은 자회사 HT에어로를 통해 하늘을 나는 플라잉카를 2024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직이착륙과 도로주행도 가능한 모델로 주목받았다. 시장에선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샤오펑의 미래지향적인 경영방침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CNBC는 평가했다. 샤오펑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은 지난해 기준 매출의 약 30%에 달한다.

다만 아직까진 적자를 보고 있는 게 약점으로 지목된다. 올 3분기 영업손실은 18억300만위안으로 작년 동기 대비 적자가 3.35% 늘었다. 하지만 매출은 57억2000만위안으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187% 증가했다.

정하늘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출시 예정인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G9을 통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기간 내 흑자 전환은 어렵지만 적자폭을 줄여나가는 방향성은 명확하다”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