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나프타분해설비(NCC) 기업들이 반등에 성공했다. NCC 기업들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온 나프타를 넣어 에틸렌을 만드는데, 유가가 하락하면서 원가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와 같은 구조적 성장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NCC 업체들은 지난 1일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롯데케미칼(10.17%), 대한유화(11.44%)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종목은 2일에도 각각 1% 내외로 소폭 상승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NCC 업체들의 마진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유가 하락으로 정유 기업은 피해를 보지만 NCC 업체들은 수혜를 볼 수 있는 국면이다. 유가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피크아웃(정점 통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들 기업의 주가는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상태다. 지난 2~3월 고점 대비 적게는 30%, 많게는 50% 이상 빠졌다. 업황 부진을 고려해도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는 국면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JP모간이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 투자 의견을 매도에서 매수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각각 25만원과 23만원으로 올려잡으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도 몰렸다. 롯데케미칼 2일 종가는 22만3000원, 대한유화는 19만2500원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시장의 색깔이 다시 바뀌는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화학 업종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상승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구조적 성장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들 업종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주가 상승 사이클에 올라탔던 것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유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는 급증했기 때문이다. NCC 업체 입장에선 마진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구조였다. 지난해 연말까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50달러 이하에서 움직였다. 원가가 그만큼 저렴했다는 의미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그린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WTI 가격은 지난 10월 말 배럴당 84.6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오미크론에 대한 우려로 가격이 65달러대까지 하락하긴 했지만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러시아 등 산유국연합체 OPEC+가 유가 급락으로 증산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지금 상황에서 NCC에 대한 투자는 결국 유가를 예측하고 하는 투자”라며 “친환경으로의 전환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저유가가 유지되고, 화학 산업에 구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보기에는 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NCC는 높아진 투입 원가 및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한다”며 “다만 수소 사업 등 친환경 기업으로의 변신이 가능한 롯데케미칼은 재평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