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오미크론 '정신승리'한 월가, "파티는 이렇게 끝난다"

2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지난 25일 찍은 필름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 같았습니다. 저가 매수가 밀려들어 주요 지수는 급반등했습니다. 나스닥은 1.88% 올라 지난 금요일 오미크론 때문에 떨어진 걸 하락 폭(2.23%)을 거의 다 만회했습니다. 다우는 0.68%, S&P500은 1.32% 상승했습니다. S&P500지수는 이달 들어 지속해서 맴돌았던 4650 수준을 되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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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모든 종목이 금요일 하락 폭을 만회한 것은 아닙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IBM 세일스포스 엔비디아 퀄컴 AMD 등 대형 기술주가 반등세를 이끌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보유 주식의 절반 가량인 84만 주를 매각해 2억8500억 달러를 손에 쥐었다는 소식에도 2.11%나 올랐습니다. 반면 줌, 펠로톤 등 코로나 수혜주들은 지난 금요일 상승 폭의 일부를 반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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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금융주도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 폭을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항공사, 크루즈 주식은 거의 반등하지 못했습니다. 오미크론에 대한 두려움은 살아있는 겁니다. 이날 나스닥보다 다우, S&P500 지수의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이유입니다.

월가는 지난 주말 오미크론 공포를 곰곰이 되씹었습니다. 여전히 관련 데이터는 모자랍니다. 하지만 그런 불확실성 가운데서도 월가는 매수를 권했습니다. 백신이 있고 곧 치료제가 나오며, 지금은 코로나 초기인 2020년 3월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골드만삭스는 가장 나쁜 시나리오(오미크론 변이가 델타보다 약간 더 전염성이 있고 백신 효과를 떨어뜨리며 내년 초에 또 다른 감염 확산세를 발생시킬 것)를 가정한다 해도 장기 경제 전망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오미크론과 관련해 경제와 시장 예측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씨티는 불확실성은 있지만, 전반적 증시 환경은 여전히 강력하며, 투자자들은 저가 매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글로벌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달하고 통화정책이 긴축적으로 전환이 시작되는 무렵에 오미크론 뉴스가 나와 대량 매도가 발생했지만, 아직 특별히 매도해야 할 구체적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크레딧스위스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게 많지만, 기본적 가정은 더 전염성이 높고 백신의 예방 효과가 감소하더라도 어느 정도 백신이 효능은 유지하리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18개월 동안 알파, 베타, 델타 변이가 발생했던 때를 보면 각각 단기적 매도세만 발생시키는 등 공포는 오래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변이에 대해 자세한 데이터가 나오면 매도세가 반전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크레딧스위스는 특히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가 높았을 때 주식을 사는 게 수익률이 높았다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지난 금요일 50% 넘게 치솟았던 것처럼 변동성이 급증한 후 주식은 일반적으로 '강력한 반전'을 보인다는 겁니다. 지난 금요일 28까지 치솟았던 VIX는 이날 22까지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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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유명 투자자인 빌 애크먼은 트위터에서 "아직 확정적 데이터를 얻기엔 너무 이르지만, 초기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오미크론은 증상이 가볍거나 덜 심각하다. 그리고 더 전염성이 높다. 만약 이런 게 사실로 판명되면 이는 시장에 부정적이 아닌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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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는 지난 주말 폭스TV 인터뷰에서 “그동안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경제 회복 속도가 둔화하긴 했지만, 둔화 정도는 점차 약해졌다”라며 오미크론이 경제에 미칠 타격이 델타 변이와 비교해 약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서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팍스로비드’를 언급하면서 “우리 치료제와 관련해 좋은 소식은 대부분의 변이가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곧 나올 치료제가 오미크론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또 “백신이 (변이로부터) 인체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백신의 면역 능력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올 수는 있다”라고 예상했습니다.

사례가 처음 발견된 남아공의 배리 슈브 백신자문위원장은 "오미크론 감염 사례는 전부 경증이거나 경증에서 중간 정도 증세였다. 아직 초기지만 (고위험성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오미크론 감염 사례를 처음 보고한 남아공의 안젤레크 쿠체 박사는 델타 변이 감염에서 나타났던 미각이나 후각 상실을 경험한 이는 없었으며, 혈중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도 보지 못하는 등 다른 변이와 비교했을 때 가볍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긍정적 전망과 분석들이 나오면서 뉴욕 증시는 1%대 상승세로 출발했고, 시간이 갈수록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에서 "오미크론이 우려의 원인이긴 하지만 패닉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다. 현재 봉쇄는 고려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힌 뒤인 오후 1시께 나스닥은 2.2%나 상승하며 이날 고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바이든은 "우리는 세계 최고의 백신, 최고의 약, 최고의 과학자를 보유하고 있다"라며 화이자, 모더나 등 백신 제조사들과도 이미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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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은 순식간에 각국으로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영국 독일에 이어 스페인, 스웨덴에서도 사례가 발견됐고 포르투갈에서는 프로축구팀 선수들이 집단감염된 게 드러났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미크론이 더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가 다시 대규모로 확산하면 결과가 심각할 수 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많은 수의 돌연변이를 지닌 매우 다른 변이로 이는 면역 회피 가능성, 더 높은 전염성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라는 겁니다.

도이치뱅크는 "남아공의 백신 접종률은 24%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선 낮지만, 인구의 중위 연령이 28세로 젊다. 서유럽의 44세보다 훨씬 낮다"라고 경계했습니다. 즉 남아공의 백신 접종률은 낮은 만큼 전염성은 높을 수 있지만 젊은 인구가 많아 증세는 경미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지 않은 선진국에선 증세가 심각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월가는 애초 Fed기 12월 14~15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을 가속할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예상은 쑥 들어갔습니다. 오미크론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탓입니다. 판테온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미크론과 관련해) 더 명확하고 긍정적인 그림이 나타나지 않으면 Fed가 12월에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는 결정을 늦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예상은 이날 채권시장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장기 금리는 올랐지만 단기 금리는 회복되지 않은 겁니다. 오후 5시 현재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4bp 오른 연 1.499%로 소폭 회복됐지만, 2년물은 또다시 3.4bp 하락해 0.496%까지 내려갔습니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조금씩 후퇴하고 있는 탓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오미크론 '정신승리'한 월가, "파티는 이렇게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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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 오후 5시께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내일 열리는 상원 청문회 서면답변 내용이 공개된 뒤 금리가 더 떨어졌습니다. 파월 의장은 "오미크론 변이와 최근 급증하는 감염 사례가 미국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 변종에 대한 우려는 일하려는 사람들의 의지를 감소시켜 노동 시장의 진전을 늦추고 공급망 혼란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월가가 예상하는 12월 FOMC 시나리오는 세 가지입니다. 기본 시나리오는 오미크론이 큰 변화를 초래하지 않고, Fed는 현재의 테이퍼링 속도를 유지하는 겁니다. 오미크론 변이가 억제되거나 델타 변이만큼 나쁘지 않은 최상의 시나리오의 경우, Fed는 내년 1월부터 더 빠르게 채권매입액을 축소하고 봄이나 초여름에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미크론이 현재의 백신을 거의 무력화시켜 대부분이 재접종을 받아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타날 경우, Fed는 테이퍼링을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입니다. 만약 오미크론이 나쁜 시나리오로 나타났는데 인플레이션은 계속 치솟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월가에서는 벌써 논란이 많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이코노미스트는 "이전 코로나 확산세가 커졌을 때 물가가 인플레이션과 디스인플레이션(물가가 낮아지는 것)의 균형점에 있었던 것에 비해 새로운 오미크론 감염 확산은 구인난을 가중시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이미 복잡한 통화정책 과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도 임금 인플레이션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또 다른 경기 침체가 오기 전까지는 계속 높아질 것이란 예상입니다. 다만 수요 인플레이션은 낮아질 수도 있고, 높아질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이렇게 월가 상당수가 오미크론이 공급망 혼란, 구인난을 가중할 것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버드대의 제이슨 퍼먼 교수는 "델타 변이는 인플레이션을 낮췄다. 오미크론이 출현한 뒤 유가는 급락했고(이는 소비자물가에 긍정적), 5년 인플레이션 브레이크이븐 금리도 11bp 하락했다"라고 트위터를 통해 지적했습니다. 그는 델타 변이가 없었다면 물가는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았을 것이라며 델타 변이가 공급 감소(인플레이션 상승)를 초래했지만, 수요 감소(디플레이션), 수요 이전(영향 모호)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오미크론 '정신승리'한 월가, "파티는 이렇게 끝난다"

미즈호의 경우 오미크론이 퍼지면 인플레이션이 낮아졌다가, 내년에 다시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 물가가 치솟을 것이란 관측도 내놓았습니다.

지금으로선 뚜렷한 답이 없습니다. 오미크론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고 전례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오미크론 확산과 관련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오미크론이 퍼질 경우를 가정한 나쁜 시나리오 두 개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영향은 '모호하다'라고 제시했습니다. 다만 오미크론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긍정적 시나리오에선 수요에 약간에 부정적 영향을 줘 인플레이션이 조금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날 BCA리서치는 역사적으로 주식 강세장이 주로 어떻게 끝나는지 관련 보고서를 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Fed의 통화정책 전환과 기준금리 인상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Fed가 그렇게 하는 건 결국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BCA리서치는 "시장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공급 병목 현상이 해결되면 사라질 일시적인 현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의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이 장기적으로 이를 억제하리라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러면 주식 강세장은 속도가 느리기는 하지만 천천히 지속할 것으로 봤습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높아지고 지속하면서 Fed가 뒤처졌다고 느끼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Fed는 시장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고 이는 위험자산을 하락 위험에 빠뜨릴 뿐 아니라 경기 침체를 촉발할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BCA리서치는 "인플레이션이 지속할지, 아니면 일시적일지 판단할 수 있는 변곡점이 언제 올지 확실히 알 수가 없다"라면서 당장은 12개월을 목표로 주식에 대한 비중확대 전략을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경계 상태를 유지하고, 물가가 지금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면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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