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랩어카운트 운용액이 16조원 넘게 불어나 시장 규모가 15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고객의 돈을 맡아 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용, 투자 자문 등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일임형 자산 관리 서비스다. 특히 해외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 증시 투자 랩에 자산가들의 돈이 몰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랩어카운트 운용 규모는 148조7201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3분기까지 16조1921억원이 늘어 지난해 연간 증가 규모(15조7313억원)를 넘어섰다. 가입 고객 수도 185만 명을 웃돌아 작년 말보다 10만 명가량 증가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랩 시장이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로 해외주식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을 들고 있다. 국내 증시 수익률이 지지부진하자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었지만, 해외주식은 일반 투자자가 고급 정보를 얻거나 종목 발굴에 나서기 쉽지 않은 만큼 전문가 손을 빌리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주요 증권사에서 운용 중인 해외주식 랩어카운트 상품으로는 ‘미래에셋 슈퍼스탁랩’ ‘삼성 글로벌 1% 대표기업랩’ ‘한국투자 글로벌자율주행에너지랩’ ‘신영 플랜업 글로벌 그로스랩’ ‘KB able 미국 대표성장주랩’ 등이 있다.

펀드와 달리 운용역이 20개 미만의 소수 종목을 발굴해 구성하는 만큼 유망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신영증권이 2017년 출시한 플랜업 글로벌 그로스랩은 테슬라에 일찌감치 주목해 25배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김륜태 신영증권 수석운용역은 “테슬라는 전기차 생태계가 커진다면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이긴 했지만 당시만 해도 외국계 투자은행에서는 순수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려면 아주 오래 걸릴 것으로 보고 외면하는 분위기였다”며 “랩 상품은 고객에 따라 맞춤형 투자를 제안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기업을 먼저 찾아 소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자산가가 해외 투자를 원하는 경우에는 랩으로 운용하는 것이 세금 측면에서 펀드보다 유리하다. 매매 차익에 대해 금액에 관계 없이 종합소득으로 합산 과세되지 않고, 연 250만원 소득 공제 후 양도소득세율 22%만 적용받는다. 다만 개별 계좌로 관리되기 때문에 최소 가입 규모가 일반 공모펀드보다 대체로 높은 편이다. 주요 해외주식 랩의 최소 가입 금액은 1000만~5000만원 수준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