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바이오의 ‘580억원 투자 유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피플바이오는 이달 완료 예정이던 1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CPS) 유상증자 발행을 철회한다고 29일 밝혔다. 추가 발행 계획은 없다.

지난 26일에는 100억원 규모로 발행키로 했던 전환사채(CB)의 총액을 60억원으로 축소한다고 공시했다. 발행대상은 기존 유티씨인베스트먼트에서 한양증권삼성증권으로 변경됐다. 납입은 이날 현재 완료됐다.

투자유치 금액은 줄었지만, 알츠하이머병 진단키트의 병의원 출시 및 퇴행성 뇌질환 신약 개발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조달한 자금이 줄어든 만큼, 신약 개발에 있어서는 신규 후보물질을 도입하는 대신 기존에 보유한 물질 등의 개발에 집중키로 했다.

유티씨 통한 자금조달 무산

피플바이오는 지난해 10월 상장 후 총 58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전환사채 발행 및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서다. 자금을 조달해 신약개발 자회사를 설립하고, 지분 투자로 퇴행성 뇌질환 진단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는 등 신사업을 전개키로 했다.

그러나 이 중 2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던 유티씨인베스트먼트의 자금모집(펀드레이징)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서, 피플바이오는 지난 6월 이를 배제한 380억원(전환사채 250억원, 전환우선주 유증 130억원)의 투자유치를 먼저 진행했다.

약 한 달 뒤, 피플바이오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8월 말까지 나머지 200억원에 대한 후속투자를 마무리짓기로 결정했다. 유티씨가 창업‧벤처 전문 사모투자전문회사를 설립한 뒤 전환사채 인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유티씨의 모금 지연은 계속됐다. 200억원에 대한 납입은 8월27일에서 10월15일로, 다시 이달 26일로 미뤄졌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 기간 피플바이오의 주가가 하락세를 탔다. 제약·바이오 주식의 전반적인 주가 하락과 알츠하이머 진단키트의 검진센터 출시 지연, 매출 부진 등의 영향이었다. 전환사채의 당초 전환가액 2만6484원이 무색하게 주가는 납입일 전일(11월 25일) 기준 1만5350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유티씨는 현 주가를 반영해 전환가액을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난감한 건 피플바이오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투자에 참여했던 기존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올 6월 250억원 규모로 발행된 제4회차 CB의 전환가액은 2만6163원이었다.

고심 끝에 피플바이오는 유티씨와 진행할 예정이던 전환사채 발행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여기에 응한 곳이 한양증권과 삼성증권이다.

전환사채의 발행 대상 변경에 유티씨는 반발하고 있다. 지난 25일 수원지방법원에 한양증권과 삼성증권을 대상으로 한 6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내년 초 알츠하이머병 진단키트 출시 병의원 확대

피플바이오 측은 유티씨의 가처분 소송에 대한 법원의 인용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피플바이오 관계자는 “회사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절차상 문제없이 발행된 채권을 발행 금지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용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투자유치액이 580억원에서 440억원으로 줄었지만, 계획했던 사업의 추진에도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내년 초에는 알츠하이머병 진단키트 ‘MDS-Oaβ’의 병의원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것이 한양증권과 삼성증권의 추가 투자를 이끌어 낸 주 요인이란 게 피플바이오 측의 판단이다.

MDS-Oaβ는 그간 건강검진센터에서만 사용돼왔다. 병의원 출시를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의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야 한다. 회사는 최근 MDS-Oaβ에 대한 신의료기술평가 심사를 마치고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결과는 늦어도 내년 1월 초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 중이다. 피플바이오는 이 제품으로 내년 80억원, 2023년 25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약 개발도 가속화한다. 앞서 유치한 380억원 중 일부를 활용해 퇴행성 뇌질환 신약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자회사 뉴로바이오넷을 통해서다.

피플바이오 관계자는 “투자금이 축소되면서 신규 신약후보물질을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미 확보했거나 확보 가능성이 큰 물질 개발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내년에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치료제의 임상을 본격화하고 기술이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