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격전지서 돌아온 이재용…파운드리 글로벌 1위 ‘승부수’
백악관서 관계자들과 담판
테일러에 20兆 파운드리 투자
삼성 미국투자 중 최대 금액 베팅
글로벌 경쟁 격화
TSMC도 애리조나에 공장
인텔, 자국 우선주의 내세워
미국 기업에 집중지원 호소
○파운드리로 시스템반도체 승부수
이 부회장은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직접 발표했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이 비전 실현을 위한 핵심 사업이다.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대부분 인공지능(AI), 고사양 서버, 메타버스 등 미래를 좌우할 분야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미국 테일러시에 들어설 신규 파운드리는 2022년 완공되는 평택 3라인과 함께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두 파운드리에 최첨단 미세 공정이 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이번 투자는 TSMC를 추격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시장 점유율에선 TSMC와 삼성전자의 차이가 여전히 크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TSMC가 52.9%, 삼성전자는 17.3%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기술력에선 TSMC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받는 만큼 해볼 만한 싸움으로 판단하고 있다. 3㎚ 공정 양산은 TSMC보다 앞서 내년 상반기 시작한다. 차세대 반도체 기술로 꼽히는 ‘GAA(Gate-All-Around)’도 선제적으로 도입해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구상이다.
○TSMC·인텔 견제 만만치 않아
경쟁업체들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TSMC는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전자가 주춤하는 사이 세계 각국 정부와 협력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TSMC와 일본의 소니 반도체 솔루션(SSS)은 각각 70억달러(약 8조2000억원)와 5억달러(약 6000억원)를 투자해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노골적으로 삼성전자를 견제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 미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생산비가 아시아보다 30∼40% 비싸서는 안 된다”며 “이 차이를 줄여 미국에 더 크고 빠른 반도체 공장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미국 정부에 호소했다.
○美 “반도체 부족 직면하지 않을 것”
반도체 업계에선 미국 정부가 사활을 걸고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나선 만큼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해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실제 삼성전자의 투자 발표가 나오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즉각 환영 입장을 내놨다. 삼성전자의 투자는 반도체 기업 유치를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은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최대 성과물로 평가된다.
브라이언 디스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공급망 보호는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의 최대 우선 과제”라며 “오늘 삼성의 투자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생산시설을 추가로 만들어내고 다시는 반도체 부족 사태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파격적인 지원안을 내놨다. 미국 상원은 지난해 제정된 ‘미국 반도체법(CHIPS for America Act)’의 후속 조치로, 반도체 제조 시설 등에 520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 6월 처리했다. 이 법안은 현재 하원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테일러시도 삼성전자에 총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의 대규모 세제혜택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