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세계에서 혁신과 안정은 종종 반의어로 쓰인다. 하지만 글로벌 에너지업계에서 혁신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기업이 있다. 1983년 설립된 미국 유틸리티 기업(수도·전기·가스 공급업체) 도미니언에너지(종목코드 D)다. 경기 변동에 민감하지 않은 안정적 매출을 발판으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의 미래와 얽힌 시대”라며 탈탄소 시대의 수혜주로 도미니언에너지를 꼽았다.

○안정을 발판으로 혁신 나서

도미니언에너지는 미국 동부를 중심으로 전기와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유틸리티 기업이다. 미국 유틸리티 기업 중 3위 규모다. 버지니아주, 노스캐롤라이나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포함한 미국 16개 주에 700만 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넥스트에라에너지(NEE), 듀크에너지(DUK) 등이 경쟁사로 꼽힌다.
버핏도 찜…'풍력·태양광 날개' 도미니언에너지
도미니언에너지는 유틸리티 기업 고유의 안정적 매출을 내고 있다. 민영 사업자가 도시가스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처럼 미국 에너지 사업은 지역에서 압도적 지위를 누리는 기업들이 공급을 책임지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일정한 매출이 안정적으로 보장된다. 도미니언에너지 매출의 86%도 지역에 전력과 가스를 공급하는 데서 나온다. 꾸준히 안정적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이다.

도미니언에너지는 과감한 혁신에도 나서고 있다. 배당을 줄이고 청정에너지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5년 평균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이 85%에 달할 만큼 ‘두둑한 배당’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엔 이를 대폭 줄였다.

그 대신 택한 것은 ‘넷제로(탄소제로)’다. 2050년까지 5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태양광 패널, 애너지 저장장치 등에 투자한다. 대규모 풍력발전소 개발 계획도 추진 중이다. 도미니언에너지는 2026년까지 버지니아주 해안 인근에 100억달러 규모의 해양풍력단지를 건설하는 계획을 지난해 12월 미국 해양에너지관리국에 제출했다. 22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배런스는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미국 정부의 목표와 궤를 같이한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35년까지 미국 발전 부문의 탄소 배출량 제로(0)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도미니언에너지가 전력을 공급하는 버지니아주도 지난해 청정경제법을 통과시켰다. 자산운용사 PGIM의 바비 에데메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녹색 전환을 하지 않는 기업들은 100% 규제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도미니언에너지를 두고 “유틸리티 기업 중 가장 매력적인 투자 기회가 보이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에 투자…탈탄소 시대 대비

도미니언에너지의 주가 흐름이 눈에 띄게 좋은 건 아니다.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도미니언에너지의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높이 평가한다.

사라 에이커스 웰스파고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도미니언에너지는 친환경 추세에서 이익을 볼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며 “청정에너지와 탈탄소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도미니언에너지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JP모간에서 북미 유틸리티 기업을 분석하는 제러미 토넷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녹색 전환에서 도미니언에너지는 손에 꼽히는 기업”이라며 매수를 추천했다. 목표주가도 75달러에서 88달러로 높였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뱅가드와 블랙록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또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7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찜했다. 당시 버핏은 도미니언에너지의 천연가스 운송 및 저장 사업 부문을 40억달러에 매수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뒤 첫 대규모 투자였다.

금융정보 업체 팁랭크에 따르면 도미니언에너지를 분석한 6명의 애널리스트 중 3명은 ‘매수’ 등급을 매겼다. 3명은 중립이었다. 목표주가는 81달러로 제시했다. 23일 주가(74.82달러) 대비 8.26%의 상승 여력이 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