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계(鷄)부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어떤 닭요리든 입에 대자마자 언제 잡은 건지 금방 감별할 수 있을 정도다. 국내 최고의 육가공 그룹을 일군 김 회장의 오랜 꿈은 ‘팜투테이블(농장에서 식탁까지)’을 실현할 종합식품그룹으로의 도약이다. 그의 꿈을 이뤄줄 핵심 고리는 NS홈쇼핑(법인명 NS쇼핑)이다. 올 4월 단독 대표에 오른 조항목 NS쇼핑 대표는 21일 “갓 잡은 닭을 업계 최초로 새벽에 배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한 닭 새벽배송"…장점 살리는 NS쇼핑

그룹 지배구조 개편 핵심인 NS홈쇼핑

하림그룹 지배구조상 최정점인 하림지주는 최근 NS쇼핑을 완전 사업 자회사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의결했다. NS쇼핑 밑에 있던 식품 제조사 하림산업과 양재도시첨단물류단지를 하림지주에 합병시키고, NS쇼핑은 본업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조 대표는 “그룹 전체의 미래 성장동력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며 “성장 한계에 부딪힌 TV홈쇼핑을 식품 전문 유통 플랫폼으로 전환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림그룹의 청사진은 중간 유통 단계를 최소화한 식품을 시장에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룹의 ‘캐시 카우’ 역할을 해온 NS쇼핑이 하림산업을 약 5000억원을 들여 완공한 건 밀키트, 가정간편식(HMR) 등 식품 제조에서도 타사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김 회장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달 출시된 ‘더 미식 장인라면’은 하림산업의 첫 작품이다.

NS홈쇼핑도 ‘방송의 식품 비중 60% 이상’이라는 태생적 단점을 ‘식품 전문 홈쇼핑’이란 강점으로 바꿔놓고 있다. 조 대표는 “농수산물 등 단가가 낮은 식품 위주로 방송을 편성하다 보니 취급액과 매출 면에서 다른 홈쇼핑에 뒤질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고품질 농수산물을 원하는 최근 추세에 따라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NS홈쇼핑은 다음달 업계 최초로 새벽배송을 시작한다. 조 대표는 “‘갓 잡은 닭’ 등 하림그룹 계열사라는 장점을 살린 품목으로 차별화를 꾀하겠다”고 했다.

‘식품 전문 쇼핑’ 단점을 장점으로

NS홈쇼핑은 업계 후발주자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신상품 개발에 집중해왔다. 메주를 홈쇼핑에서 판 것도 NS홈쇼핑이 처음이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뼈 없는 갈비탕 역시 NS홈쇼핑에서 시작해 다른 업체로 확산됐다. 조 대표는 “농수산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다 보니 전국 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가 매우 탄탄하다”며 “작년 추석엔 강원도가 황태 판매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황태해장국 등을 집중 편성해 어려움을 해소해준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앞으로는 싱싱한 농수축산 원물을 활용한 HMR 등의 가공식품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농수산물 가격이 떨어진다는 소식이 들려도 막상 대형마트나 다른 홈쇼핑에 가보면 시세가 반영돼 있지 않은 사례가 많다”며 “산지 직거래라는 장점을 활용해 가성비 좋은 식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재 도심복합물류센터 개발은 하림그룹이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다. NS홈쇼핑을 비롯해 하림그룹 각 계열사의 수도권 물류 허브로 기능할 전망이다. 쿠팡, 쓱닷컴, 마켓컬리 등 빠른 배송에 특화된 기업들만 해도 수도권을 ‘커버’하는 물류 허브가 경기 용인, 이천 등 서울 외곽에 있다.

유통 본연의 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만큼 NS쇼핑은 모바일 등 그동안 뒤처져 있던 사업을 확장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산지에서 소비자가 직접 생산자와 구매가격을 흥정하는 ‘랜선 직거래’ 방송을 편성했다”며 “매출은 크지 않았지만 소비자의 약 70%가 신규 고객이어서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홈쇼핑 3사가 실적 부진에 직면한 상황과 달리 NS홈쇼핑은 올 3분기 매출(1387억원)과 영업이익(158억원) 모두 전년 대비 각각 16.9%, 5.3% 증가했다.

조 대표는 “내실 경영이 효과를 낸 덕분”이라며 “아직 30% 미만인 온라인 매출 비중을 끌어올리면 성장세가 더욱 커질 것” 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