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8년 전 인수합병(M&A) 사례까지 끄집어내 자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에 무더기 반독점 벌금을 때렸다. 중국은 최근 반독점 기구를 국가급 조직으로 격상시키는 등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 약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빅테크는 소비 둔화 추세 등에 성장세가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전날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는 M&A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사례 43건을 적발해 건당 50만위안(약 9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50만위안은 중국 반독점법상 미신고 M&A에 대한 벌금 최고액이다.

기업별로는 텐센트가 13건으로 가장 많고, 알리바바가 11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징둥이 3건, 바이두와 디디추싱이 각 2건, 메이퇀과 바이트댄스가 1건씩 등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2013년 공동으로 보안용 소프트웨어업체 융양안펑의 지분을 인수한 사례도 이번에 적발됐다. 알리바바는 중국 대표 지도 앱인 가오더, 음식배달업체 어러머 등을 인수한 건도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됐다.

지난해 하반기 중국 당국의 빅테크 규제가 본격화된 이후 시장총국은 이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총 87건의 M&A 미신고 사례에 벌금을 부과했다. 지난 7월 단속에선 22건을 적발했다. 당시에도 알리바바가 6건, 텐센트가 5건으로 가장 많았다. 텐센트는 2011년 소프트웨어업체 치타모바일 인수도 문제로 지적됐다.

당국이 수년 전 사건까지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빅테크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견제 강화 기조와 관계가 깊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지난 15일 시장총국 내에서 반독점 업무를 담당하는 반독점국을 국가급 기관으로 승격하고 수장에 간린 차관을 임명하는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업계에선 알리바바와 징둥, 핀둬둬 등 중국의 대형 온라인 전자상거래업체의 황금기가 끝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애널리시스의 천타오 분석가는 “중국의 소비 둔화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미 점유율이 높은 알리바바는 예전처럼 빠른 성장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