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애플·MS 사상 최고, 엔비디아 10% 폭등…인플레·금리 정점 지났나?
다음 주 추수감사절, 그리고 다가오는 연말을 앞두고 1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벌써 차분해지고 있습니다.

긍정적 요인은 △경제 회복 가속화 △기업 실적 증가세 지속 △공급망 혼란 완화 징조 등입니다. 부정적 요인은 역시 △인플레이션 우려입니다. 여기에 △경제 성장과 기업 마진이 정점에 달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또 △코로나 재확산 우려 등도 살아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긍정적 요인들과 부정적 요인들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다"라면서 "그래서 거시경제보다는 종목 장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치까지 다시 올라온 밸류에이션 부담도 있을 겁니다.

S&P500지수는 0.34%, 나스닥은 0.45% 올랐습니다. 반면 다우 지수는 0.17% 하락했습니다. 나스닥과 S&P500 지수가 급등한 건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빅테크 주가 시장을 견인했고, 엔비디아는 폭등하면서 반도체주 전체를 이끈 덕분입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초대형 기술주들의 '살맛 나는 세상'이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애플·MS 사상 최고, 엔비디아 10% 폭등…인플레·금리 정점 지났나?
애플은 완전 자율주행차 개발을 목표로 전기자동차 프로젝트 작업을 가속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하면서 주가가 3%가량 급등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향후 4년 내 자율주행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자동차에 탑재할 1세대 프로세서 개발을 대부분을 완료했다면서 "애플이 곧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주행 도로 테스트를 할 수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자동차국(Department of Motor Vehicles)에 따르면 애플은 자율주행 기술을 실험 중인 69대의 렉서스 SUV를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애플·MS 사상 최고, 엔비디아 10% 폭등…인플레·금리 정점 지났나?
엔비디아는 전날 장 마감 뒤 발표한 3분기 실적(주당순이익 1.17달러, 매출 71억 달러)이 예상(1.11달러, 매출 68억2000만 달러)보다 훨씬 좋게 나와 한때 10%가 넘게 급등하면서 시가총액 800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BMO캐피털마켓의 엠부시 스리바스타바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해자’가 너무 깊고 광범위하여 진정한 경쟁자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JP모간, 번스타인 등 월가 금융사들은 이날 줄줄이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는 350~370달러로 높였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애플·MS 사상 최고, 엔비디아 10% 폭등…인플레·금리 정점 지났나?
엔비디아 급등세는 반도체주 전반으로 번져 TSMC 퀄컴 AMD 마이크론 등 다른 반도체주들까지 모두 크게 올랐습니다.

기술주들이 다시 뉴욕 증시의 중심을 차지한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몇 가지 요인을 듭니다.

우선 기술주에 위협이 되는 금리 상승세가 꺾이고 하향 안정되고 있습니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1bp 떨어진 1.582% 수준에 마감됐습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약간 가시고 있는 덕분입니다. 여기엔 몇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애플·MS 사상 최고, 엔비디아 10% 폭등…인플레·금리 정점 지났나?
① 유가 상승세 꺾어졌다?

물가 위협이 되어온 원자재 상승세가 꺾인 것입니다. 유가가 대표적입니다. 전날 3%가량 급락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날 0.65달러(0.83%) 상승한 배럴당 79.01달러에 거래를 마쳤지만, 여전히 80달러 아래를 유지했습니다. 미국이 전략 비축유(SPR)를 중국 일본 한국 등 여러 나라와 동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발 벗고 나선 때문입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몇 달 내 공급 과잉이 나타날 것이란 예상을 내놓은 데다, 유럽에서 코로나 감염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이날 "SPR 방출은 이제 가격에 다 반영됐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외에도 목재, 구리, 대두 가격 등이 연초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웰스파고의 스콧 렌 전략가는 마켓워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는 과정에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이 신호일 수 있으며 시차를 두고 완제품 비용도 따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② 공급망 문제 정점?

공급망 문제도 정점에 이르렀을 수 있다는 뉴스도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유통업체 월마트와 타겟, TJ맥스 등은 모두 재고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타겟의 경우 지난 분기에 재고가 17.6% 급증했습니다. 반도체 부족을 겪어온 GM은 지난 1일 올 2월 이후 처음으로 북미 공장이 모두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도요타의 생산라인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12월부터 전체가 정상 가동됩니다. 공급망 위기를 가장 잘 나타내는 LA 항구 앞바다의 컨테이너선은 110여 척에서 80여 척으로 줄었습니다. 컨테이너선 운임 지수인 발탁건조지수(BDI)는 지난 10월 7일을 고점으로 하여 50% 급락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공급망 전체가 개선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는 구리 아연 알루미늄 등 기초금속 6가지 모두가 백워데이션 상태를 보였습니다.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보다 모두 높아진 겁니다. 이는 10년 만에 처음 나타난 일입니다. 물류 혼란 등으로 인해 지금 공급받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강하지요.

③ 달러화 강세

달러화는 최근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전날 96을 넘어서며 16개월 최고치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날도 95.5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미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Fed가 긴축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예상이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겁니다. 또 유로화가 유럽의 코로나 환자 증가, 유럽중앙은행의 완화 정책 지속, 에너지 위기, 벨라루스와 폴란드 충돌 가능성 등으로 약세를 보이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달러 강세는 미국의 물가를 안정시킵니다. 먼저 미국의 수입 가격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낳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10월에 수입 가격은 전달보다 1.2% 상승해 9월 0.4% 상승을 훨씬 웃돌았습니다. 또 달러화로 거래되는 원자재 가격도 낮아질 수 있습니다.

다만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사상 최고치로 치달으면서 우려도 나옵니다.

이날 월가의 유명 투자자인 빌 애크먼은 S&P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중앙은행(Fed)이 주도한 '전형적인 거품' 속에 있다.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Fed는 훨씬 더 빨리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애크먼은 주식과 부동산, 미술 시장 등을 지적하면서 "모든 지표가 빨간색으로 깜박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사람들을 직장으로 복귀시키지 못한다. 금리를 현재의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이유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미디어 업계의 거물인 존 말론 리버티 미디어 회장도 CNBC 인터뷰에서 뉴욕 증시가 1990년대 말 닷컴버블과 비슷한 꼴이 되어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시장이 '성장'에만 꽂혀 있다며 치솟는 주가 밸류에이션은 닷컴버블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CNBC의 주식평론가인 짐 크래머는 지난 17일 전기차 루시드 리비안 등의 주가 폭등에 대해 "닷컴버블의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게 불투명하고, 헛갈리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뉴욕 증시는 어떻게 움직일까요?

이날 UBS는 '2022년 전망'(UBS Year Ahead Outlook 2022)을 발표하고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저도 이곳에 참여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애플·MS 사상 최고, 엔비디아 10% 폭등…인플레·금리 정점 지났나?
UBS는 우선 시장 전망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내놓았습니다. 인플레이션과 Fed의 정책, 코로나 확산세 등에 따라 다른 겁니다. 가장 좋은 상황이 펼쳐지면 내년 6월까지 S&P500이 5200에 달할 수 있다고 봤고 기본적으로는 5,000까지 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면 4000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즉 상황에 따라 최고 10% 상승할 수도 있고, 15%가량 하락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주목한 건 다섯 가지 질문이었습니다. 이 내용을 옮기겠습니다.

① 인플레이션은 계속 머물 것인가(Is inflation here to stay?)

인플레이션은 내년 2분기부터 점점 내려갈 것이다. 공급이 늘어나고 물류난이 해소될 것이다. 수요도 상품보다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살아날 것이다. 이에 따라 팬데믹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점차 풀려갈 것이다. 주요 지역의 원유 생산이 확대되면서 에너지 가격도 안정화될 것이다. 다만 올겨울 북반구의 추운 날씨가 변수가 될 수 있다. 노동 공급도 늘어나면서 임금 상승 압력을 낮출 것이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애플·MS 사상 최고, 엔비디아 10% 폭등…인플레·금리 정점 지났나?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2021년 말 6.5%에서 2022년 말 1.8%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기업 마진에 대한 위험을 줄이고, Fed가 금리를 빠르게 인상해야 할 가능성을 낮춤으로써 주식을 지지하리라 생각한다.

우리의 이런 견해가 맞는다면 유로존과 일본 주식, 미국 중형주를 포함하여 글로벌 성장의 승자로 간주되는 자산들에서 좋은 성과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한다. 원자재 관련 주식, 에너지 주식도 매력적으로 보인다.

② 만약 인플레이션이 지속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What if inflation proves more ‘sticky’ than expected?)

인플레이션이 2022년 동안 감소할 것이지만 우리 예상보다 더 오랫동안 지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겨울에 악천후가 발생하거나 노동 공급 회복이 빨라지지 않고, 혹은 코로나 확산세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 대한 위험은 첫 번째, 가격의 지속적 증가가 소비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고 두 번째, 중앙은행이 정책적 판단을 잘못할 수 있다. 세 번째, 소비자와 기업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져 물가 상승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앙은행은 공격적으로 금리를 높여야 한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애플·MS 사상 최고, 엔비디아 10% 폭등…인플레·금리 정점 지났나?
이런 환경에서는 가격 결정력이 있는 기업의 주식, 에너지 주식, 상품 및 인프라 등이 유리하다. 금리가 치솟아 주식의 매력을 약화할 수 있으니 헤지펀드 등으로 자산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금은 전략적 포트폴리오 다각화 수단으로서 가치가 있지만, 인플레이션과의 관계는 약하다.

③ 무엇이 성장세를 이끌 것인가(What will drive growth in 2022?)

내년은 글로벌 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두 개로 나뉘는 해가 될 것이다.

즉 시기로 나누면 상반기에는 글로벌 성장률이 4.9%에 달하지만, 하반기에는 3.5%로 줄어든다. 이는 양적 완화 축소, 경제 부양책 축소, 소비자 저축 소진 등에 따른 것이다.

지역으로 나누면 성장의 중심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옮겨 간다. 선진국의 뜨거운 성장세가 하반기에는 신흥 시장으로 번져 상대적으로 더 강한 성장을 보이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업종별로 보면 상품에서 서비스로 성장의 중심이 이전된다. 소비자가 여행과 오락에 대한 욕구를 재발견하면서 서비스가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를 것이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애플·MS 사상 최고, 엔비디아 10% 폭등…인플레·금리 정점 지났나?
④ 중앙은행은 무엇을 할 것인가(What will economic policymakers do?)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및 정책적 실수는 2022년 가장 큰 위험 요인의 하나다. Fed는 내년에 테이퍼링을 이어갈 것이고 6월까지 완료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우리 예상대로 내년 2분기부터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Fed는 내년에는 기준금리를 높이지 않을 것이다. 2023년 전에는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지 않는다. 내년 12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 수준으로 추정한다.

지금 채권 시장의 수익률 곡선 평탄화 추세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 곡선이 다시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가까운 장래에 균형이 이뤄지고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경우 성장주보다 가치주를 선호한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애플·MS 사상 최고, 엔비디아 10% 폭등…인플레·금리 정점 지났나?
⑤ 중국,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나(Is the worst over for China?)

중국의 약한 경제 성장이 2022년 1분기까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많은 부정적인 요소가 이제 가격에 반영되었고, 규제 경로도 곧 더 명확해지리라 생각한다. 2분기부터는 성장이 다시 가속화될 것이다. 중국이 '공동 번영'이라는 장기 목표, 성장 지원이라는 보다 단기적인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때다.

강력한 실적과 정책 지원을 앞두고 우리는 장기적 접근법을 가진 투자자들이 중국의 성장 부문에 대한 투자를 축적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기적으로는 경기순환 분야, 중기적으로 그린테크를 포함한 전략적 우선순위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만 중국에 투자할 때는 세 가지 위험이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첫째, '문명화된' 인터넷을 만들기 위한 정부의 노력 등 새로운 규제 정책이 주식 시장의 핵심 주식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둘째, 부동산과 같은 주요 부문의 규제 변화는 경제 전반을 둔화시킬 수 있다. 셋째, 미·중 관계가 예기치 않게 악화할 수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