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생’이 국내 간판 기업 임원으로 발탁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기업들이 연공서열보다는 글로벌·디지털 역량을 중시하면서 전문성을 갖춘 젊은 세대를 적극 기용한 결과다. ‘깜짝’ ‘파격’을 넘어 하나의 새로운 인사 트렌드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밀레니얼세대 임원의 등장에 대해 ‘기업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것’이란 기대와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에 따른 40대 임원 발탁’이라는 분석 등이 나오고 있다.
파격 아닌 트렌드…80년대生 임원시대
국내 시가총액 50위 내 기업의 3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980년대생 임원은 5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31명에서 1년 새 60% 증가했다. 1981년생 최수연 대표를 새 사령탑으로 내정한 네이버는 1980년대생 임원이 14명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 8명에서 급격히 늘었다. 120명의 책임리더(임원) 가운데 30대도 6명이나 된다.

새로운 인사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인 삼성전자도 1980년대생 6명이 ‘별’을 달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981년생이 가장 어린 임원이었는데, 현재 1985년생(김태수 삼성글로벌리서치 시큐리티팀 상무)으로 한층 더 젊어졌다.

KAIST, MIT 등 국내외 대학 출신 젊은 연구개발자들이 임원으로 발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1980년대생 임원 6명 가운데 5명이 박사, 1명이 석사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유학파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파격 아닌 트렌드…80년대生 임원시대
사외이사는 연륜보다 다양성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1980년대생을 영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990년대생(박새롬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교수)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카카오에 이어 한국전력(1987년생) SK아이이테크놀로지(1983년생)도 사외이사에 1980년대생 전문가를 선임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실력을 갖춘 젊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기업 사례가 늘고 있다”며 “성과주의가 자리잡으면서 더 이상 젊은 인재 발탁이 화제가 되지 않을 만큼 이 같은 흐름이 보편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