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이달부터 영해 내 선박 이동 정보의 해외 제공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 물류 현황을 파악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세계 물류대란이 더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취합하는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에서 중국 영해에 있는 선박들의 정보가 이달 들어 45% 이상 급감했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 주도로 구축된 AIS는 다른 선박과 항구는 물론 수출·수입 업체에서 은행까지 방대한 기업·기구들이 활용한다. 해난 구조에서도 AIS는 필수다.

국제해사기구는 회원국들에 AIS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강제할 수단은 없다. 로이터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 선박과 해운정보업체들이 중국 영해에 있는 배들의 정보를 해외 기업에 제공하는 것을 중단한 이유가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개인정보보호법은 이달부터 시행됐다. 다른 국가와 달리 중국 정부에 국내외 기업·기관이 수집하는 정보의 통제권을 부여하는 게 특징이다. 중국에서 수집된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차단하는 게 주된 목적이란 분석도 있다.

중국 정부가 해운 정보에 관해 공개적인 지침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스스로 몸을 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0만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는 베이징 해운정보업체 일레인의 한 직원은 “외국 회원들과의 거래를 중단했으며 중국 내 회원에게만 정보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기업들은 AIS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물류 흐름을 파악해 어떤 항로를 선택할지 결정한다. AIS 정보는 위성으로도 일부 대체할 수 있지만 밀집도가 높은 주요 항구 등에선 각 선박이 스스로 보내는 정보가 중요하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글로벌 상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세계 항구들은 물류난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AIS 정보가 더 중요해진 상황이다. 아나스타시스 투로스 마린트래픽 AIS팀장은 “1년 중 가장 바쁜 크리스마스 시즌에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글로벌 해운업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선박들이 언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게 되면서 기업들의 물류 예측 부담도 커졌다는 지적이다.

세계 10대 컨테이너항 가운데 6개가 중국에 있다. 해운정보업체 베슬밸류의 샬럿 쿡 분석팀장은 “컨테이너 물동량이 가장 많은 중국의 정보가 사라지면 해운 공급사슬이 암흑에 빠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